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주장 최영준·부주장 하창래 선택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선택은 최영준이었다.

포항스틸러스는 15일 태국 브리람에서 2020년 첫 동계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올 시즌 선수단을 이끌어갈 주장에 최영준을, 부주장에는 하창래를 선택했다.

김 감독은 “경기장뿐만 아니라 훈련장과 생활에서도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주장과 부주장이 필요하다. 주장단을 선발하기 전, 팀 내 최고참인 김광석, 심동운과 미팅을 통해 먼저 공감대를 형성한 후 최영준을 주장으로 낙점했다”고 선정 이유를 말했다.

최영준은 정확하게 말하면 임대 선수다. 지난해 7월부터 전북에서 포항으로 임대된 최영준은 이후 꾸준히 활약하면서 포항선수들 및 팬들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있는 선수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주장 완장까지 찰 정도의 무게와 존재감, 그리고 전통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단 내·외부에서 의문을 표한다.

포항스틸러스의 주장 자리는 ‘포항맨’의 것이었다. 지금은 전북으로 떠난 신형민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당시 선수였던 황지수 현 포항스틸러스 코치가 주장으로 포항구단의 중심을 잡았었다. 황 코치 이후에는 역시나 포항에서만 16년 넘게 뛰어온 ‘원클럽맨’ 김광석이 1년동안 주장 완장을 찼다. 직전 시즌이었던 2019 시즌 주장은 배슬기였다. 배슬기는 올해부터 선수가 아닌 포항스틸러스 유소년 스카우터로 함께한다.

모두가 포항에서 데뷔한, 포항스틸러스를 떠나본 적 없는 전통의 포항구단 소속들만 포항스틸러스의 주장 완장을 찼다. 그러나 김기동 감독은 주변의 ‘물음표’에도 최영준을 2020시즌 주장으로 선택했다. 포항스틸러스 내에 가장 연장자인 김광석은 주장을 수차례 고사했고, 다음 순위인 심동운은 엄밀히 말해 ‘주장의 역할’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평가였다. 이외에는 외국인이거나, 어리거나, 떠나거나 등의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한 여러 이유로 최영준이 2020시즌 포항스틸러스의 주장이 됐다. 임대선수가 주장완장을 찬 경우는 적어도 포항스틸러스에서는 없었고, K리그 타 구단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김기동 감독은 “최영준은 비록 임대생이지만 지난해 꾸준한 출전과 활약으로 기존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있고, 훈련과 생활도 모범적이었기에 주장으로 선발했다”면서 “또한 하창래는 출전 경기마다 투쟁심을 보이며 최선을 다했고,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다가가기 쉬운 연배이기에 부주장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주장과 부주장이 모든 선수를 하나로 묶어 응집력 있는 팀을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포항스틸러스 관계자는 “사실 이번 주장 낙점과 관련해서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의견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최영준이 주장이 됐고, 선수들도 다 좋아했다”면서 “일각에서는 최영준을 완전영입하려고 시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정도까진 아니고 그냥 최영준이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장에 선임된 최영준은 “포항에서 주장을 맡게 돼 한편으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경기장 안팎에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주장, 믿고 따를 수 있는 주장이 되겠다. 주장으로서 선수 모두가 팀의 목표 달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5일부터 태국 부리람에서 1차 동계전훈을 시작한 포항은 오는 2월 4일 귀국 후 2월 8일부터 제주도 서귀포에서 2차 동계전훈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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