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아서’

정호승 지음·창비 펴냄
시집·9천원

“새벽별 중에서 가장 맑고 밝은 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새벽별 중에서 가장 어둡고 슬픈 별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시 ‘새벽별’ 전문)

사랑과 고통을 노래하며 삶을 위로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따뜻한 시편들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정호승의 신작 시집‘당신을 찾아서’(창비)가 출간됐다. 열세번째 시집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눈물의 고해성사를 통해 인간이라는 불씨, 인간이라는 새싹을 살려내”(문태준, 추천사)는 뭉클한 감동이 서린 순정한 서정 세계를 선보인다.

진솔하고 투명한 언어에 깃든 “불교적 직관과 기독교적 묵상과 도교적 달관”(이숭원, 해설)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정결한 시편들이 가슴을 촉촉이 적시며 잔잔하게 울린다. 모두 125편의 시를 각부에 25편씩 5부로 나눠 실었으며, 이 중 100여 편이 미발표 신작시다.

정호승의 시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생에 대한 경외심이 우러난다. 그의 시를 읽으면 지나온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되돌아보게 된다. 시인은 “내 시의 화두는 고통”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살아갈수록 상처는 별빛처럼 빛나는 것”(‘부석사 가는 길’)이고, 그 상처에서 피어나는 꽃과 같은 시가 삶을 성찰하는 거름이 된다고 말한다. 시인은 “눈물마저 말라”버린 “목마른 인생”(‘새들이 마시는 물을 마신다’)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사랑이며, 그 사랑은 고통을 통해 얻어진다고 믿는다. 고통은 또한 용서를 통해 치유되는 것이기에,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에 진심을 바쳐온 시인은 간절한 손길로 “인생이라는 강”에 “용서라는 징검다리”(‘유다를 만난 저녁’)를 놓는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탐구해온 시인은 삶의 고통과 슬픔을 사랑과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깊이 간직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갈망해온 그의 시선은 늘 “인생을 잃고 쓰러진”(‘겨울 연밭’) 연약한 존재들에게 머물며 삶의 그늘진 구석을 응시한다. 시인은 이제 비루한 삶의 낮은 곳에서도 “먼지가 밥이 되는 세상”(‘먼지의 꿈’)을 꿈꾸며 “푸른 겨울 하늘을 날아/붓다를 찾아가는/작은 새”(‘낙인(烙印)’)가 돼 절대적 진리와의 만남을 갈망한다. “만나고 싶었으나 평생 만날 수 없었던”(‘당신을 찾아서’) 절대적 진리의 상징인 ‘당신’을 찾아서 “평생의 눈물이 얼어붙은/저 겨울 강”(‘겨울 강에게’)을 건너는 시인의 열망은 뜨겁다 못해 눈물겹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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