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반려견들의 질병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사람의 질병원인도 밝힐 수 있게 되므로 반려견의 질병연구와 동물의약품 연구의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개의 질병 중에 가장 위험하며, 잘 알려져 있는 광견병은 동물과 사람사이에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다.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되는 광견병에 의해 세계적으로 10분당 1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는데, 사망자의 40%가 15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사람이 물릴 경우 상처부위를 타고 침입한 바이러스가 가까운 신경을 타고 하루에 8~22㎜ 정도 뇌를 향해 이동하는데, 발열, 경련, 마비 증상을 일으키다가 발병 후 일주일 정도가 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광견병에 감염된 개는 침을 많이 흘리고, 어두운 곳으로 숨으려고 하며, 물을 극히 싫어한다. 행동은 느리지만 닥치는 데로 무는 등의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서 백신을 통한 예방접종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지자체별 유기견 보호소에 개들이 들어올 때, 광견병 초기인 개들의 감염여부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걸리는 질병 중 광견병에 이어 개의 치사율이 높은 질병은 개 디스템퍼이다. 디스템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와 직접 접촉을 하거나 분비물과 배설물의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 일주일 정도의 발열기간 후 2주일째가 되면 비강, 눈, 폐, 내장기관의 세포들에 심각한 상해를 일으킨다. 손상된 조직에 세균에 의해서 2차적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 보통인데, 세균과 바이러스의 복합적인 감염은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특히 디스템퍼 바이러스가 뇌조직에 감염된 경우 경련이나 떨림 등 신경증상이 나타나는데 뇌와 척수에 손상을 받을 경우 간질성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사지마비를 일으킨다. 현재는 디스템퍼를 치료하는 약물은 없는 상태이며, 항생제는 2차적 세균감염을 막기위해 사용될 뿐이다. 디스템퍼도 백신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갓 태어난 강아지나 이유기 이후의 강아지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대표적인 접촉감염 질병은 파보바이러스 감염증이 있다. 심장근육에 기생하는 심근형과 장에 기생하는 장염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장염형이 일반적으로 많이 발생하므로 파보 장염으로 불린다.

구토와 설사가 대표적 증상인데, 탈수증세에 의한 쇼크상태에 빠지고 심하면 죽게된다. 파보장염 또한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백신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민간요법으로 한의학에서 쓰는 대표적 지사제인 작약을 파보장염에 의한 설사가 심할 때 사용하여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근본적 치료방법은 아니다.

개 심장사상충은 개의 심장 우심실이나 폐동맥에 기생하면서 최대 30cm까지 자랄 수 있는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은 마이크로필라리아라는 유충이 모기의 체내에서 성숙한 후 개에게 전염되는데, 이에 감염되면 심장에서 혈류의 흐름을 방해해 기침, 호흡곤란, 실신, 복수, 심부전증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다량의 유충에 감염된 경우 치명적 증상이 나타나지만 소량에 감염된 경우에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생을 보내기도 한다. 심장사상충은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

이동훈
이동훈

그 외에도 개들이 쉽게 감염되는 질병은 켄넬코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있다. 또한 개는 피부병이 빈번한데 개의 피부는 사람의 피부층에 비해 얇은 편이고 털을 가지고 있어서 진균성 피부병, 습진, 개선충성 피부염, 알러지성 피부염 등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개가 건강한 피부를 가지기를 원한다면 매일 빗질을 해주고 좋은 세정제 등을 활용하여 한달에 한번 이상은 목욕을 해주는 것이 좋다.

개들에게서도 사람에게 나타나는 당뇨병, 관절염, 골다공증을 비롯해 각종 암이 나타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 중 사람과 유사한 자연발생적인 유전질병이 원숭이를 제외하면, 개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들의 질병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사람의 질병원인도 밝힐 수 있게 되므로 반려견 질병연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견의 질병연구와 동물의약품 연구의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정책을 고민해볼 시기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