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미국은 3천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다시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 제품이 비싸지게 되는 셈인데 중국 정부는 통화가치를 마지노선이라고 여겼던 달러당 7위안이 넘도록 절하시키며 수출제품 가격을 다시 낮추려고 한다.

중국정부는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당장 미국국채를 팔기보다 위안화 가치 절하를 선택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2016년처럼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중국 본토의 자금을 빼 가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금리인상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미국 기업들 가운데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의 최하단인 BBB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이 정크(junk)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미국정부는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자국의 금리 인상을 통해 중국 위안화를 절하시키는 게임은 해봤지만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절하시켰을 때 미국 스스로가 달러를 절하시켜 위안화 절하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정해 놓고 관세뿐 아니라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재(sanction)로 넘어가려 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어떤 새로운 제재를 내 놓을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 하필 그 때가 월요일이라 1987년 10월 19일에 있었던 블랙먼데이를 연상시켰다. 그런데 상황은 그 때와 비슷하다. 미중 갈등이 주가 폭락에 불을 붙인 것은 맞지만 그 파괴력은 컴퓨터 프로그램 매수세를 비롯한 쏠림 현상이 만든 주가 거품의 붕괴였다. 특히 리만사태 이후 각국 정부는 투자은행들의 위험관리를 위해 그들의 고유계정을 줄이도록 규제해 왔다. 즉 지금처럼 단기 매물이 출회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기관들(market maker)의 자금 규모가 줄어 변동성이 더 확대되는 부분이 있다.

트럼프는 겉으로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낸다. 그러나 핑계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당장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내막은 패권 다툼이고, 따라서 단기적으로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도 시간이 갈수록 골치 아파지는 문제가 있어 다툼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가 셰일(shale) 유전이다. 그 동안 셰일 가스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고 고용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그랬던 셰일 유전들이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른다. 셰일 유전의 손익분기점은 유가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50달러선으로 알려져 있으나 운영비가 제외된 수치이므로 이를 포함하면 60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WTI는 55달러 근방이므로 많은 셰일 유전들이 손익분기에 도달하지 못하고 저금리 덕분에 좀비처럼 생존해 있다.

셰일 광산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채굴생산성은 둔화되고 있고, 환경 부담만 가중될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내 셰일 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가 빠르게 확충되어 셰일 가스의 공급과잉도 우려된다. 현재 파이프로 운송할 수 있는 셰일 에너지의 양은 하루 220만 배럴인데 2020년까지 640만 배럴, 2021년까지 790만 배럴로 공급능력이 급증할 예정이다. 특히 셰일 가스는 경질유인데 그것을 가져다 쓰는 정유업체는 중질유와 경질유의 균형을 요구하는 바, 셰일 가스의 수요가 제한된다.

결국 이런 셰일 가스의 공급 과잉분을 누가 사 주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하는 중국은 석탄을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로 바꿀 의향이 있다. 지금은 미중 패권 다툼으로 인해 미-중간 셰일 에너지 교역이 막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 셰일 유전의 공급과잉이 심각해질 것이므로 미국이 중국에 셰일 에너지를 수출하며 타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