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승

빼지 않은 칼은

빼어든 칼보다

더 날카로운 법

빼어든 칼은

원수를 두려워하지만

빼지 않은 칼은

원수보다 강한

저를 더 두려워한다

빼어든 칼은

이 어두운 밤이슬에

이윽고 녹슬고 말지만

빼어들지 않은 칼은

저를 지킨다

이 어둠의 눈물이

소금이 되어 우리의 뺨에서 마를 때까지….

빼어든 칼보다 빼지 않은 칼, 칼집 속에 있는 칼이 더 날카롭고 두렵다고 말하는 시인은 실제의 칼을 들어 우리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본다. 침묵의 힘이 웅변의 힘을 제압한다고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침묵하며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보며 내적 충실을 기하는 사람은 빼지 않은 칼처럼 더 날카롭고 견고하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