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속칭 자갈마당) 재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번엔 경찰관과 업주와의 유착 의혹 등의 문제가 제기돼 말썽이다.

폐쇄를 앞둔 대구 집장촌 종사자로 구성된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는 14일 대구경찰청을 찾아 경찰관의 유착 의혹과 함께 전·현직 경찰관 10명의 실명과 유착 정황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이 제출한 진정서에는 경찰들이 자갈마당 업주로부터 고가의 향응 접대, 금품 수수, 공갈협박 한 정황들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서에 적힌 실명 경찰관 가운데는 2명은 퇴직하고 8명은 현직에 있는 것으로 전해져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진정서를 접수한 경찰청은 절차에 따라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몹시 짜증스럽고 혼란스럽다. 아직도 경찰관들의 불미스런 현장 유착관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대두된 가운데 경찰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업자와의 유착 관계 등을 문제삼은 사건은 경찰에 대한 대국민적 신뢰를 깡그리 무너뜨릴 수 있는 점에서 불행한 일이다. 과연 경찰에게 수사권을 맡겨야 할지, 또 경찰은 수사권을 제대로 감당해 낼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는 뜻이다. 경찰과 사업자와의 유착 의혹은 최근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국민에게 상기된 바 있다. 버닝썬 클럽의 불법영업과 마약, 성폭행 등 거대한 암흑의 카르텔의 배경에 업소와 경찰 간의 뿌리 깊은 유착이 존재했을 거라는 의혹이 여러 차례 여론의 도마에 올라 왔던 사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번 진정서 내용에도 경찰은 단속정보를 준다는 명목으로 업주 등으로부터 현금을 갈취했다고 적혀 있다. 퇴직한 한 경찰은 업주를 협박해 1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이후 종사자 가족에까지 협박성 압력이 돌아왔다고 하니 진상 파악이 시급하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 진정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는 밝혀지겠지만 만약 진정서 내용에 대한 사실이 드러나면 일벌백계의 자세로 엄중 처벌하는 것이 옳다. 재발 방지의 문제뿐 아니라 경찰의 신뢰 회복에도 명분이 있는 일이 된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의 약점을 빌미로 금품 등을 갈취했다는 진정서 주장대로라면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모든 경찰이 불명예를 덮어 쓸 판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행여 자기 식구를 감싸겠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국민의 눈에 그렇게 비쳐진다면 경찰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크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