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건네는 말최준석 지음아트북스 펴냄, 에세이
지은이는 선유도 공원, 쌈지길, 종로타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 현대적인 도시의 명소에서부터 추사고택, 소쇄원, 선교장 등 전통적인 고택과 구엘 공원, 롱샹 성당,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에펠탑 등 이미 전설이 된 해외 건축가들의 걸작에 이르기까지 총 30곳, 다양한 건축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그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법 없이 건물과 그것이 세워진 지역의 역사를 짚어내고, 건축가의 건축 철학을 들려주며, 예술과 함께 건축물을 바라보며 상상력을 펼치고 장소에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에 `리노베이션` `계단` `마천루`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세 개의 건축 이야기에서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해외 사례를 들려주며 국내 건축의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저자는 글을 왜 쓰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건축가가 건축물에 대해 쓴 `조금 다른 이야기`다. 그는 건축에 대해 말하지만, 이야기는 `건축물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가 건축 이야기로 독자를 안내할 때 가장 즐겨 불러내는 `조수`는 단연 예술이다. 미니멀리즘 건축 기법이 사용된 `김옥길 기념관` 문을 열기에 앞서, 지은이는 도널드 저드의 `무제` 시리즈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인체 조각을 소환한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듯한 자코메티의 인체가 독자의 눈앞에 불러낸 이미지와 함께, 그의 건축 이야기가 시작된다.
건축가인 저자가 삶의 현장으로서 집중하는 곳은 `도시`다. 아파트를 비롯해 도시인들의 삶을 구성하는 건물들에, 저자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1958년 처음 세워진 종암아파트에서 시작해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된 잠실 개발까지로 흘러가는 서울의 `아파트 역사`는 작은 생활사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또한 그는 종로타워, 아이파크 사옥, 서초 삼성타운 등의 거대한 건물이 도시에 불어넣는 감상과 풍경 변화에 촉각을 세운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공공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세종로가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독재의 흔적을 간직한 국회의사당에는 새로운 쓰임새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