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동해면 앞바다서 年300t 잡혀
부산 기장 일대로 대부분 팔려나가

한반도의 기상이 서려있는 호미곶 인근의 포항시 남구 동해면 흥환리. 작은 어촌인 이 마을 포구에는 50여척의 소형어선들이 드나들며 수십여년 전부터 장어 어획을 해왔다.

※ 글 싣는 순서

① 프롤로그
② 무엇이 다른가
③ 지역마다 다른 이름
④ 돌장어 잡이 배에 타보니…
⑤ 레시피 개발 한창
⑥ 포항 대표향토음식 비상 꿈

모터보트가 없던 시절, 노젓는 배(뗏목)를 타던 그때부터 연안에서 장어를 잡았던 어로행위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장어잡이는 흥환리 뿐만 아니다. 바로 옆 동네인 발산리와 대동배리, 임곡리 어민들도 장어 어획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최신형 장비를 갖춘 요즘에는 영일만에서 잡힌 연간 장어 어획량이 300여t에 달한다.

`영일만검은돌장어`.

겉이 검은 빛을 띠고 있어 일단 외관이 독특하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관계로 플랑크톤이 풍부해 예로부터 고기가 많았던 영일만, 그것도 검은돌 사이에서 성장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간 300여t 어획이라면 그 양이 적지는 않다. 그러나 원산지인 포항에서 종적이 오리무중이다. 실제 현재 포항지역에서 검은돌장어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단 3곳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지역에서 영일만 검은돌장어가 잡힌다는 것을 아는 이들 또한 극소수다. 아이러니한 문제다. 그렇다면 포항지역 어민들의 꽤 쏠쏠한 수입원 중 하나로, 잡힌 검은돌장어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이 궁금증은 지난 22일 새벽에야 어느 정도 해소됐다.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발산리와 흥환리 포구에 수산물 운반차량 1대가 들어왔다. 이 차는 방금 잡은 싱싱한 돌장어를 전달받은 후 이내 쏜살같이 달렸다. 뒤를 따라가보니 이 차량이 도착한 곳은 부산시 기장군의 한 마을. 운반차량 기사는 달이 비치는 들판이라는 의미가 담긴 기장읍 죽성리 월전(月田)마을의 장어구이 식당 주인을 만나 장어를 납품했다.

10여곳의 장어구이 식당이 하나의 타운을 이루고 있는 이 마을을 다녀보니 영일만검은돌장어는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영일만검은돌장어란 이름대신`붕장어`라는 명칭이 부여됐지만 대중들이 즐겨찾는 메뉴가 돼 있었다. 영일만검은돌장어는 기장군 죽성리에서 4㎞가량 떨어져 있는, 멸치와 짚불장어로 유명한 대변리 일대에서도 이곳 특산품으로 팔려나갔다. 자연산 대접을 받아 포항 산지에서 ㎏당 1만5천원에 사들인 검은돌장어(붕장어)는 기장 일대 식당에서 ㎏당 3만8천~4만2천원에 판매될 만큼 인기를 누렸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모 식당 대표는 “1990년대까지는 기장 앞바다에서 장어잡이가 왕성히 이뤄져 자체수급이 가능했지만 급격히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곰장어는 100% 타지에서, 붕장어는 절반 이상인 60~70% 가량을 외지에서 공급받고 있다”며 “기장붕장어와 곰장어 모두가 유명세를 떨치면서 찾아오는 시민·관광객들도 많아 앞으로도 포항 등지로부터 물량을 더 공급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타지역에서 붕장어라는 명칭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돌장어는 왜 그동안 포항지역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았을까.

이 의문에 대해 김영운 검은돌장어영어조합 사무국장은“어민들은 그동안 돌장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을 뿐 지역의 브랜드상품으로 육성하는데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포항시 또한 신경을 쓰지 않아 우리들은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동해면 일대에 돌장어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수리가 하나 둘 시작됐고, 포항시와 수협도 먹거리 개발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나마 다행”이라며 “어민들도 시민들의 호응도가 어떠한지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동혁·김혜영기자

    박동혁·김혜영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