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또 `현장`으로… 연기 논의마저 없어
공화당 “세금 올리려는 유세 중단하라” 비판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의 최대 산업 단지로 가장 많은 근로자가 있는 뉴포트뉴스의 군함 조선소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3회계연도에만 850억 달러의 미국 연방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시퀘스터`(sequester) 발동 시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결 기미는커녕 정치권은 협상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예산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다시 한 번 백악관을 떠나 일반 대중과 근로자를 상대로 시퀘스터를 회피하기 위한 자신의 계획에 대한 지지를 직접 호소했다.

공화당은 그가 워싱턴에 머물면서 의회 등과 정치적 교착 상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밖으로만 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의 최대 산업 단지로 가장 많은 근로자가 있는 뉴포트뉴스의 군함 조선소를 방문했다.

혹독한 예산 삭감이 국방 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뉴포트뉴스는 해군의 핵무장 항공모함은 물론 여러 전함을 건조 또는 수리하고 있으며 오래 전에 계획된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의 보수는 예산 불확실성 때문에 지연되고 있고 다른 함정의 신규 건조도 중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예산 삭감은 잘못된 것이다. 현명하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며 “일어나서는 안 될 자해 행위”라고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오바마는 전날에도 해군 예산이 깎이면 관련 업체 노동자들이 무급 휴가 등으로 인해 전함을 수리하지 못하고 항공모함도 페르시아만에 배치되지 못한 채 묶여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월 말까지인 올해 회계연도에만 850억달러의 예산이 삭감되는 시퀘스터가 내달 1일 발동하지만 백악관과 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협상에 임하려는 움직임조차 없는 상황이다.

AP 통신이 37명의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면서 이미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도 이날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 출석해 시퀘스터가 경기 회복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의회와 행정부는 시퀘스터로 인한 급격한 지출 삭감 대신 재정 적자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의 후폭풍을 과장하면서 이를 빌미로 세금 인상을 단행하려 한다며 차라리 그냥 발효하게 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 삭감과 세금 인상을 패키지로 처리하려 하는 반면 공화당은 재정 적자는 예산 삭감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일제히 오바마 대통령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 의회 의사당을 찾는 대신 남부 버지니아로 `선거 유세`를 갔다고 비판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최고 실세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통령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은 뉴포트뉴스로 내려가 남녀 병사들을 세금 인상을 위한 선거 운동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이 시퀘스터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먼저 움직이지 않고 버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공화ㆍ워싱턴)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세금을 올리려는 유세를 그만두고 정치권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등 각종 사회보장 및 공제 혜택 프로그램을 개혁하면 세금 인상을 통한 세수입 증대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뉴포트뉴스 연설에서 세수입을 늘리지 않고 85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만 급격히 깎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해 사실상 공화당 제안을 거절했다.

백악관도 예산 삭감이 민간 항공부터 학교 수업, 육류 등 식품 검사, 연방 정부 및 산하기관 근로자 무급 휴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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