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기자회견서 `유로`에게도 포문
“일본만 G20 합의 잘 지켰다” 반문

엔 가치 하락을 겨냥해 전례 없이 노골적인 정책 기조를 내세워온 일본 자민당 신정부가 이번에는 미국에 대해 강하게 환율 역공에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의 경제·재정 정책 실무 총책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은 지난 28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포문을 열었다.

아소는 “미국이 (환율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가라앉히려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늘 표방해온 대로) 강한 달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로도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9년의 주요 20국(G20) 정상회담의 환율 공조 약속을 `일본처럼 잘 지킨 나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G20 회동 후 달러와 유로에 대해 엔 가치는 크게 뛰었지만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킨 역내국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도 앞서 2009년 G20 회동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려는 노력을 보인 나라가 독일, 한국, 캐나다 및 호주 등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아소는 기자들에게 “G20에서 몇 나라가 약속을 지켰는지 나한테 얘기해보라”고 반문하고 나서 “우리는 약속을 지킨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다”고 덧붙였다.

아소는 28일 오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통화할 때도 이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일방적 엔 가치 급등이 점진적으로 시정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엔 급등) 상황이 재개될 가능성도 그대로 있기 때문에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9~30일 자 주말판에서 지난 금융위기 이후 엔에 대한 달러 가치가 30% 하락해 일본 수출업계의 부담을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뱅크의 오쿠 데이크 시장 분석가는 저널에 최소한 51개 일본 기업이 올 상반기 환율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했다고 지적했다.

또 주저앉은 이들 기업의 부채가 그 이전 4년에 환율 부담으로 문을 닫은 기업의 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많게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최근의 엔 가치 급등 충격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닛산 자동차 분석에 의하면 달러에 대한 엔 가치가 1엔 뛸 때마다 회사의 영업수익 손실이 연간 기준으로 200억 엔으로 추산됐다고 저널은 전했다.

닛산-르노의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는 “환율이 심각한 경쟁력 저해 요소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도 엔·달러 환율이 100엔 내외가 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환율은 85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아소는 취임 회견에서 아베 정권이 `엔 가치 하락에 너무 노골적`이란 지적에도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