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이 갈수록 범위를 키워가고 있다.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아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한 선수들이 검찰에 구속된데 이어, 현역 K-리그 선수가 불법 베팅에 직접 참가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포항스틸러스 구단은 왼쪽 측면 수비수 김정겸(35) 선수를 1일자로 계약해지했다고 2일 발표했다.

자체 조사 결과 김 선수가 본인의 매형을 통해 스포츠토토에 베팅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구단은 이 사실은 김 선수 본인 진술로 확인됐을 뿐 검찰 수사와는 관련 없는 것이지만, 프로축구 선수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범법 행위인데다 도덕성이 결여된 선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선수는 최근 승부조작 경기로 지목된 대전과의 리크컵대회 예선 경기(4월 6일)에 1천만원을 베팅, 2천만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에게 매수된 동료 선수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대전시티즌의 미드필더 김모(27) 선수로부터 포항과 대전전에서 승부 조작이 이뤄질 것이란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모 선수는 지난해까지 2년 동안 포항에서 뛰어 김정겸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문제가 된 당일 경기에 김정겸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브로커 의도대로 대전은 포항에 0-3으로 졌었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제4장 체육진흥투표권의 발행 규정 제30조에는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대상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경기단체임직원은 체육진흥투표권을 구매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김정겸은 선수 베팅 금지 규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1인 베팅 한도액 10만원보다 100배나 많은 돈을 걸어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도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스틸러스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단에 대한 강도 높은 자체 감사와 함께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자정활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최헌태 단장은 “우리 선수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포항팬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정겸은 안양공고와 동국대를 나와 1999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K리그에 데뷔, 전북을 거쳐 2008년 포항에 입단해 지금까지 왼쪽 측면 주전수비수로 활약했다.

한편 리그컵 대회 중심으로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은 2일 K-리그 경기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창원지검은 2일 `러시앤캐시컵 2011` 경기는 물론 10억원 이상의 베팅이 몰려 발매가 중단됐거나 예상보다 많은 베팅이 이뤄져 고정배당율이 조정된 K-리그 정규경기에서도 승부조작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승부가 조작된 것으로 지목된 4월 6일 리그컵 대전-포항, 광주- 부산 2경기에서 10억원 이상이 한꺼번에 몰려 두 게임 모두 발매가 중단됐었다.

스포츠토토 프로토의 경우 한 경기에 베팅이 너무 몰리면 과열을 막기 위해 고정배당율이 낮아지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10억원 이상이 되면 발매가 중단된다.

검찰은 스포트토토 측으로부터 10억원까지 고액베팅이 몰려 발매가 중단된 지난해와 올해 K-리그 정규경기의 관련자료를 입수해 분석 중이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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