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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만 톤 오징어가 100톤으로... ‘기후 재난’ 울릉도, 지자체 한계 넘어 정부 결단 절실

황진영 기자
등록일 2026-06-18 12:51 게재일 2026-06-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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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로 동해 어장 붕괴... 집어등 불빛 50% 줄여 칠흑 속 조업
안전 직결 핵심 사업은 ‘신청자 한정’... 14억 군비론 체감 문턱 높아
폐업 지원금 현실화 및 관광 선박 전환 등 정부 차원 출구전략 시급
울릉 저동항에 정박 중인 오징어 채낚기 어선에 대낮처럼 바다를 밝히던 집어등이 촘촘히 매달려 있다. 최근 울릉도 어민들은 유류비 부담과 어획량 급감이라는 이중고 속에 이 집어등 불빛을 절반으로 줄인 채 칠흑 속 조업에 나서는 등 사투를 벌이고 있다. /황진영 기자


밤바다를 대낮처럼 훤히 밝히던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 이른바 ‘어화(漁火)’. 한때 울릉도를 먹여 살렸고 동해의 풍요를 상징했던 이 장관이 이제 전설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재앙이 동해를 덮치면서 오징어가 자취를 감췄고, 평생을 바다에 의지해 온 어민들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자체의 열악한 예산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도를 막아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제는 울릉도의 비극을 넘어선 ‘국가적 기후 재난’으로서 중앙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예산 지원과 출구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최근 분석한 통계는 동해 오징어 어장의 완전한 붕괴를 지표로 증명한다. 2000년까지만 해도 연간 1만 1,315톤에 달했던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최근 3년(2023~2025년) 평균 112톤으로 급감했다. 과거 황금어장 시절과 비교하면 불과 1% 수준이다.

원인은 ‘광속’으로 진행 중인 기후 위기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는 수심 50m 기준 14~16℃ 수온에서 어장을 형성한다. 그러나 최근 울릉도 주변 바다는 표층 수온이 20℃를 넘는 날이 160일 가까이 기록되면서 1970년대(70~80일)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더 치명적인 것은 바다의 ‘단절’ 현상이다. 표층 수온은 급상승했지만, 중층 수온은 오히려 낮아져 바닷물이 위아래로 섞이는 순환 과정이 멈춰버렸고, 이것이 오징어 실종의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어획량 급감은 어민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오징어를 모으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채낚기 어선들은 치솟는 유류비와 전력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자구책으로 ‘집어등 전력 50% 감축’이라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조명의 밝기를 반으로 낮춘 채 어두운 바다에서 조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어획량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텅 빈 저동항 위판장의 번호가 매겨진 기둥들이 과거의 풍요를 짐작하게 하지만, 지금은 한적한 바다와 소수의 정박한 어선만이 자리를 지키기 일쑤다. /황진영 기자


김해수 울릉어업인 연합회장은 “출어할수록 빚만 산더미처럼 쌓이는 구조다. 당장 내일 바다에 나갈 기름값이라도 아끼려 집어등을 반쯤 끄고 칠흑 같은 바다에 나가지만, 오징어가 없어 빈 배로 돌아올 때면 어민들의 억장도 무너져 내린다”라며 “이는 단순한 어획 부진이 아니라 국가적 기후 재난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생계 대책이 없으면 울릉도 어업은 이대로 공멸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한계에 다다른 어민들은 결국 바다를 포기하고 있다. 올해 기준 울릉군 내 등록 어선은 총 107척에 불과하지만, 어선 감척 사업 대기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13척(28억 8,700만 원)이 감척된 데 이어, 올해는 무려 28척을 감척 대상으로 삼고 43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남은 어선의 4분의 1 이상이 조업 포기를 대기 중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자체의 지원 망은 열악하기만 하다. ‘2026년 울릉군 어선 지원 사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편성된 국·도비를 제외한 순수 군비는 14억 8,105만 원 수준이다. 군비 재원이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13개 사업 중 예산의 상당 부분이 유류비 지원 등 당장 운영비에만 집중돼 있다.

특히 ‘노후 기관 장비 교체지원’, ‘소형어선 안전 관리 지원’, ‘조건 불리 도서 지역어선 엔진개방검사지원’ 등 어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된 3개 사업은 일괄 지원이 아닌 ‘신청자에 한해’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당장 출어 경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영세 어민들에게는 복잡한 절차와 자부담 등의 체감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양수산업계 전문가들은 오징어 실종 사태를 울릉도만의 지역 문제가 아닌 국가적 기후 재난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사회에서는 “단순한 예산 쪼개기식 지원이나 소극적인 감척을 넘어, 폐업 지원금을 현실화해 어민들의 연착륙을 돕고 조업을 포기한 선박을 ‘체험형 관광 선박’ 등 미래형 해양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 차원의 과감한 출구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오징어 어획량 급감은 단순한 1차 산업의 위기를 넘어 울릉도 지역 경제 전반의 연쇄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건조장과 가공업체, 특산물 판매장 등 관련 상권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주민들의 한숨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기후 위기가 불러온 줄도산의 위기 앞에서, 어민 생존권 보장과 생태계 회복을 위한 국가 차원의 ‘기후 재난 특별구역’ 지정 등 보다 선제적이고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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