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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구한다는 말이 사라졌다”⋯대구 임대시장, 월세 체제로 급속 재편

김재욱 기자
등록일 2026-05-27 15:15 게재일 2026-05-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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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역전세·미분양 충격 겹치며 시장 급변
“집주인도 세입자도 전세 꺼린다”⋯청년층 주거 부담 현실화
최근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CR리츠)에서 투입한 대구 달서구 상인 푸르지오 센터파크 전경. /경북매일DB 

“요즘은 손님들이 ‘전세 있나요’보다 ‘보증금 낮은 월세 있나요’부터 물어요.”

27일 찾은 대구 수성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현장 분위기는 몇 년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한때 신혼부부와 청년층 문의가 몰렸던 전세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었고, 공인중개사들은 “전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 임대시장이 급속도로 ‘월세 중심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단순한 거래 감소 수준이 아니라, 전세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전세 매물은 한 달 새 7.9% 감소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서구는 열흘 사이 전세 매물이 18% 넘게 줄었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는 일반적인 공급 감소 상황과 다르다. 보통 전세 물건이 줄면 가격이 오르지만, 대구는 오히려 전세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최근 대구 아파트 전세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전세 회피 현상’으로 해석한다.

달서구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집주인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까 불안하니 보증금을 크게 받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세입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구 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1)는 “전세사기 뉴스가 계속 나오다 보니 목돈 맡기는 게 무섭다”며 “차라리 월세를 내더라도 안전한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실제 대구에서는 최근 수년간 역전세와 전세사기 문제가 반복됐다. 집값 하락과 미분양 증가가 겹치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졌고, 청년층 피해도 적지 않았다.

특히 달서구·남구 일대 빌라 밀집 지역에서는 ‘깡통전세’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장 신뢰 자체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전국 최고 수준의 미분양 부담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은 계속 쏟아지는데 매매시장 회복은 더디다 보니 임대시장까지 충격이 번지는 구조다.

결국 전세 감소는 단순한 거래 형태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로 자산을 모을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월세 비중이 커질수록 청년층과 중산층의 고정 지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청년층의 지역 정착 기반도 약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엔 좋은 전세 물건 나오면 바로 계약됐는데 지금은 집주인도 세입자도 서로 불안해한다”며 “대구 임대시장이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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