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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단상) 헌법 전문에 새겨야 할 시작의 이름 2.28

등록일 2026-04-21 15:39 게재일 2026-04-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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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출 시민기자

 근래 정치권에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 핵심은 헌법 전문에 특정 민주화운동을 명시하자는 데 있다. 헌법 전문은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 인식을 압축하여 선언하는 공간이다. 무엇을 넣고, 넣지 않느냐는 곧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뿌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다.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이름이 있다. 바로 대구에서 시작된 2·28 민주운동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권력의 부당한 선거 개입에 맞서 거리로 나섰다. 오직 부정에 대한 분노와 정의감 하나로 시작된 자발적 항거였다. 이 작은 불씨는 곧 전국으로 번져나가 3·15 의거와 4·19 혁명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대한민국 현대 민주주의의 물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었다.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을 새긴다면, 그 출발점은 과연 어디인가. 민주주의의 역사는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과정에는 반드시 시작이 있다. 2·28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이후 모든 민주화운동을 가능하게 한 ‘기원’이다.

일각에서는 특정 사건을 추가하는 것이 현실적 절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헌법은 절충의 산물이 아니라 원칙의 선언이어야 한다. 특정 사건 하나를 택하는 순간, 그 밖의 수많은 민주화의 희생과 기억은 상대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헌법 전문에 민주화운동을 반영하려 한다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포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포괄은 반드시 역사적 순서와 인과관계를 존중해야 한다.

그 첫머리에 놓여야 할 이름이 바로 2·28이다. 더 나아가 2·28의 헌법적 의미는 단순히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 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맞서 시민, 그것도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저항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국민주권’의 원형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번 원포인트 개헌이 진정으로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민주화운동 전체를 포괄하는 원칙적 문구로 시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사건을 명시하되 그 출발점부터 역사적 연속성을 온전히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 후자를 택한다면 2·28의 배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헌법은 기억의 선택이 아니라, 정체성의 선언이다. 정치적 합의에 따라 일부만을 취사선택하는 방식으로는 그 권위를 얻을 수 없다. 오히려 국민을 나누고 지역의 감정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를 아우르는 지혜다. 2·28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 이름을 헌법에 새기는 일은 특정 지역의 자부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의 뿌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시작을 지우고 미래를 말할 수 없다. 헌법이 대한민국의 민주정신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 첫 문장은 마땅히 ‘2·28’에서 출발해야 한다.  

/석종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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