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어민은 TAC로 묶고 수입산엔 무제한 반입 허용 40년 경력 동해 대게 어민 “역차별에 생존 기반 무너진다”
“국내 어민들은 자원 보호 명목으로 손발이 묶였는데 수입업자들은 아무 제약 없이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영덕 강구항에서 만난 52t급 어선 선주 이재복 씨(55)는 텅 빈 갑판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의 배에 할당된 올해 총허용어획량(TAC)은 59t.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반년간 이 한도 안에서만 조업이 허용된다.
1999년 도입된 TAC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한 엄격한 잣대다. 배분량을 초과하거나 암컷 대게(빵게)를 포획하면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수입산 대게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자원 보존 의무를 규정한 국제 협약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대게는 국내 유통 시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국내산은 엄격히 금지된 규격이나 종류도 수입산이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반입·유통되는 실정이다.
이 씨는 “일본은 자국 쿼터의 15%까지 암컷 조업을 허용하는데 이것이 한국에 들어오면 ‘합법적 식품’으로 둔갑한다”며 “국내산 암컷은 잡기만 해도 ‘벌금 폭탄’인데 수입산 암컷은 시내 수족관마다 가득 차 있는 황당한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술한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 씨는 “제도는 거창하지만 현장 관리 인력이 없어 전화로 통계나 확인하는 수준”이라며 “우리 어획량은 1t 단위로 깐깐하게 체크하면서 수입 물량은 신고만 하면 통과시키는 게 무슨 관리냐”고 반문했다.
어민들은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근해선주협회 명의의 브랜드 인식표(고리) 색깔을 매년 바꿔가며 부착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씨는 “브랜드 도용 업체를 어민들이 직접 찾아내 고발하며 스스로 국산의 가치를 지키고 있는 꼴”이라고 전했다.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0만 원대였던 면세유 가격은 현재 17만 원 선으로 치솟았다. 선원 10여 명을 연중 고용하는 이 씨는 반년 조업으로 1년 치 비용을 벌어야 하는 구조에서 가파른 원가 압박까지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지난 56년간 동해 표층 수온이 1.9℃ 오르면서 연근해 어획량은 1980년대 연간 151만t에서 2020년대 91만t으로 급감했다.
행정당국도 이 같은 역차별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권한의 한계를 토로했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수입 대게는 식품으로 분류돼 들어오다 보니 유통 이력 관리를 제외하면 지자체 차원에서 제한할 장치가 전무하다”며 “국내법이 엄격한 만큼 수입산에 대해서도 형평성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수입 쿼터제나 규격 제한 등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며 “어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대책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