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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침묵을 깨우다… 영화로 되살아난 가네코 후미코

고성환 기자
등록일 2026-03-23 10:58 게재일 2026-03-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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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노 사치 감독, ‘사형 이후의 시간’에 주목한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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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상영 중인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포스터. /(사)박열의사기념사업회 제공

일본에서 문경 출신 독립운동가 박열 의사의 동지이자 부인인 가네코 후미코를 소재로 한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본지 2월 1일 등록, 2월 2일 지면 5면 게재)가 상영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박열의사기념사업회 서원 이사장은 23일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이 영화가 일본 주요 도시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1926년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 가네코 후미코의 삶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았던 ‘사형 판결 이후의 시간’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기존 전기 영화와 차별화된다. 도쿄, 교토, 오사카 등지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는 단순한 인물 재현을 넘어 국가 권력과 개인의 관계를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인임에도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이례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평가를 넘어, 한 인간이 어떻게 체제에 저항하는 사상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에 놓는다. 

특히 감독은 가네코 후미코가 남긴 단가(短歌)를 주요 서사 장치로 활용했다. 사료가 부족한 감형 이후의 삶을 시적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기록의 공백을 메우고, 그의 내면세계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속 가네코 후미코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사상가로 표현된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못한 ‘무적자’로서의 삶, 조선에서의 학대 경험과 식민지 현실의 목격, 그리고 일본에서의 사상적 각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애는 개인적 고통과 시대적 모순이 교차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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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상영 중인 영화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포스터. /(사)박열의사기념사업회 제공

무엇보다 재판 이후에도 굴복하지 않는 그의 태도가 강조된다. 감형 이후에도 권력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가네코 후미코의 모습은 “현존하는 것을 부수어 버리는 것이 내 직업”이라는 선언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일본 현지 평단 역시 이 작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천황제 국가 체제 속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사유하고 저항했는지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 영화는 100년 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국가 권력과 개인의 자유, 저항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재적 의미를 환기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편 박열의사기념사업회는 오는 7월 23일 가네코 후미코 서거 100주기를 맞아 문경문화원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는 기념식과 한·일 학술회의, 영화 상영 등으로 진행되며, 하마노 사치 감독이 참석해 제작 배경과 작품의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진전, 토크콘서트, 뮤지컬 ‘박열’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행사에는 일본 야마나시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국가보훈부, 광복회, 관련 단체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원 이사장은 “박열 의사와 가네코 후미코가 보여준 연대의 정신을 계승해 민간 차원의 한·일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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