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인구만큼 사람이 움직였다
2025년 한 해, 문경은 체육으로 숨 쉬는 도시가 됐다. 세계·아시아·전국·경북 단위 체육대회가 계절 공백 없이 이어지며 문경을 찾은 선수·임원·관계자, 동반 가족과 응원단을 합한 누적 방문 규모가 문경시 인구 약 7만 명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구 감소가 지역의 가장 큰 고민으로 자리 잡은 시대, 문경은 체육이라는 해법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도시’를 현실로 보여줬다.
단순히 사람이 많이 왔다는 의미를 넘어, 도시 인구와 같은 규모의 사람이 한 해 동안 문경을 향해 이동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다. 이는 관광객 몇 만 명이라는 수치와는 결이 다르다. 문경이 만들어낸 것은 스쳐 가는 방문이 아니라, 머무르고 소비하고 다시 찾는 생활인구의 흐름이었다.
□ 하루 방문이 아닌 며칠 체류가 도시의 표정을 바꿨다
2025년 문경에서 열린 체육대회의 가장 큰 변화는 방문객의 체류 방식이었다. 하루 들러 경기하고 돌아가는 구조에서 벗어나, 평균 1박 2일에서 3박 4일까지 머무는 체류형 방문이 일상화됐다. 숙박업소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까지 예약이 이어졌고, 식당·카페·전통시장·편의점·택시 등 지역 상권 전반이 대회 일정에 맞춰 활기를 띠었다.
점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대회가 있는 주말에는 예약이 없으면 장사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고, 숙박업 종사자는 “평일까지 방이 차는 건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역시 “경기장과 숙소, 시장을 오가는 손님이 하루 종일 이어지며 도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체감 변화를 설명했다.
□ 연중 이어진 일정이 ‘사람의 흐름’을 구조로 만들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문경시의 연중 체육대회 일정 구조화가 있다. 특정 계절이나 행사에만 사람이 몰리는 방식이 아니라, 마라톤과 자전거 대회로 계절의 문을 열고, 축구·배구·야구·농구·정구 같은 구기 종목이 주말과 방학을 채우며, 탁구·테니스·배드민턴 등 생활체육 대회가 평일까지 촘촘히 이어졌다.
여기에 검도·유도·태권도·합기도 같은 무도 종목, 씨름이라는 전통 민속종목, 파크골프·그라운드골프·게이트볼 등 시니어 종목이 더해지며 문경은 1년 내내 대회 일정이 비지 않는 도시가 됐다. 체육대회가 ‘점’이 아니라 ‘선’으로 이어지며, 사람의 이동이 상시화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 선수만이 아니라 함께 움직인 사람들이 도시를 채웠다
문경을 찾은 사람들은 단순히 선수에 국한되지 않았다. 감독과 코치, 협회 임원과 심판, 운영요원에 더해 유소년·학생 대회에서는 학부모와 가족이 동행했다. 생활체육 동호인 대회는 단체 이동이 기본이었고, 시니어 대회는 체류 기간이 길었다.
대회 한 건마다 수백 명에서 수천 명 규모의 이동이 발생했고, 이들이 남긴 소비는 숙박과 외식에 그치지 않고 교통·관광·소매·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됐다. 체육대회 일정이 곧 지역경제의 흐름을 결정하는 ‘상권의 달력’이 됐다는 말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 경기와 관광이 맞물리며 체육이 체류를 만들었다
문경의 체육대회가 특히 강점을 보인 부분은 경기와 관광의 결합이다. 문경새재, 돌리네습지, 전통시장, 도심 상권, 관광열차 등과 연계된 일정은 ‘경기+관광’이라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만들었다. 낮에는 경기, 저녁에는 시장과 식당, 다음 날은 관광지 방문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자리 잡으며 체류형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참가자들은 “경기하러 왔다가 문경을 경험하고 간다”고 말했고, 이는 재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높였다. 체육대회가 관광객을 부르는 수단을 넘어, 체육대회 자체가 관광의 시작점이 된 셈이다.
□ 유소년과 시니어 대회가 평일 경제를 움직였다
유소년·학생 대회는 문경 체육정책의 중요한 축이었다. 농구·축구·야구·탁구·핸드볼·검도 등 전국 단위 대회는 학부모 동반 체류를 전제로 해, 주말은 물론 방학 시즌까지 안정적인 생활인구 유입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경기 일정이 길어질수록 가족의 체류 기간도 늘었고, 이는 지역 상권에 고르게 퍼졌다.
시니어·어르신 생활체육 대회 역시 평일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했다. 파크골프·그라운드골프·게이트볼·생활체육 탁구와 배드민턴 대회는 참가 연령대가 넓고 체류가 길어, 주중에도 도시에 사람의 흐름을 만들었다. 문경이 ‘주말만 붐비는 도시’가 아니라 ‘평일에도 움직이는 도시’로 바뀌는 데 이들 대회의 역할이 컸다.
□ 반복 개최가 쌓아 올린 것은 ‘대회 신뢰도’였다
연중 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러내며 문경에는 또 하나의 자산이 쌓였다. 바로 대회 신뢰도다. 경기장 운영, 교통 동선, 숙박 연계, 안전 관리, 자원봉사 시스템이 축적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오고 싶은 대회 도시”라는 평가가 자리 잡았다. 이 신뢰도는 추가 대회 유치로 이어지고, 대회가 늘수록 다시 신뢰가 쌓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체육대회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인구 7만의 도시가 인구 7만을 움직였다는 의미
2025년 문경 체육대회의 성과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분명하다. 인구 7만 명의 도시가, 인구 7만 명 규모의 사람을 움직였다. 이는 통계 속 숫자가 아니라, 상인과 시민이 체감한 변화였다. 체육은 경기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도시 전반을 순환하며 사람과 소비를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
개발 사업이나 대규모 공장 유치가 아닌,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체육대회로 생활인구를 만들어낸 문경의 사례는 향후 중소도시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체육은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생활인구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문경은 현장에서 증명했다.
□ ‘대회 도시’를 넘어 ‘사람이 머무는 체육도시’로
문경은 2025년, 체육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도시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스쳐 지나가지 않고 머물렀다. 사람이 머무르자 경제가 움직였고, 도시의 표정이 달라졌다. ‘대회가 열리는 도시’를 넘어, ‘사람이 머무는 체육도시 문경’. 2025년 문경의 체육은 기록이 아니라 사람과 경제를 남겼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