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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하나로 남학생 꺾고… 레슬링 전국 1위 오른 '여자 초등생‘ 화제

박호평 기자
등록일 2025-08-26 10:48 게재일 2025-08-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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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올림픽 금메달 딸 것”… 칠곡군 약동초 6학년 임하경의 꿈
김재욱 칠곡군수(왼쪽)가 전국레슬링대회 3연속 우승을 차지한 약동초 6학년 임하경 양(가운데)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버지 임종구 씨. /칠곡군 제공

남학생들과 맞붙는 레슬링  혼성 경기에서 기본기 하나로 상대를 꺾고 전국 정상에 오른 초등학생이 화제다. 주인공은 칠곡군 약목초등학교 6학년 임하경 양(12)이다.

임 양은 지난 24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제53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전국학생레슬링선수권대회’ –60㎏급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려한 기술 대신 가장 기본적인 태클 하나로 우승을 차지하며 레슬링계를 놀라게 했다.

임 양이 레슬링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칠곡호이레슬링클럽에 입문했지만 초반에는 연패를 거듭하며 번번이 눈물을 흘렸다. 석 달 동안은 “그만두겠다”며 울며 떼를 썼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매트 위에서 버텼다. 어느새 패배를 통해 이기는 법을 배우고 성장한 임 양은 불과 1년 만에 초등부 남녀 통합 랭킹 1위에 올랐다.

첫 금메달은 지난 4월 전남 장흥에서 열린 전국대회였다. 이어 6월 ‘제50회 KBS배 양정모 올림픽 제패 기념 전국레슬링대회’에서도 남학생들을 제압하고 정상에 섰다. 이번 대회까지 3연속 개인전 우승을 달성하며, 초등부 최강자로 우뚝 섰다. 

임 양의 성장 뒤에는 아버지의 땀과 미완의 꿈이 함께했다. 아버지 임종구(50) 씨는 고교 시절 레슬링 선수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해군 특수부대에서 익힌 ‘될 때까지 한다’는 UDU 정신을 딸에게 가르쳤고, 하경 양은 눈물을 땀으로 바꾸며 강해졌다.

임 양은 “처음에는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아빠가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해서 버텼다”며 “지금은 매트 위에 서면 신나고, 언젠가 우리나라 최초 여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 향해 파이팅!” 전국레슬링대회에서 개인전 3연속 우승을 차지한 약동초 6학년 임하경 양이 금메달을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칠곡군 제공

또래들보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임 양의 무기는 단순함이었다. 수십 가지 기술보다 태클 하나에 집중한 집념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국가대표 출신 해설진은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와 끝까지 맞서 이기는 모습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금메달을 딴 뒤에는 특수부대에 들어가 군 복무를 하고 싶다.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며 “군 생활을 마친 뒤에는 셀럽이 돼 영향력을 넓히고, 유튜브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한 임 양은 칠곡의 자랑이자 아이들의 새로운 희망”이라며 “올림픽 금메달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군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눈물로 시작한 입문기는 이제 희망으로 바뀌었다. 태클 하나로 쌓아 올린 금메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올림픽 무대와 군 생활, 그리고 사회공헌까지 내다보는 작은 소녀의 도전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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