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상황입니다. 출동해주세요“
20일 오후 대구 수성소방서에서 긴급 상황을 알리는 알림이 나왔다. 소방대원들은 출동 신호가 발동하자 쏜살같이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소방차에 탔다.
소방관들은 신속한 출동을 위해 방화복 하의와 방화 신발을 미리 ‘체결(신속히 착용할 수 있도록 준비함)’ 해 두고 있었다. 사고 현장 도착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방화복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본지 기자도 이날 동승 체험을 하면서 방한복을 입었다. 무거운 방화복 상·하의, 공기호흡기 세트, 방화두건, 헬멧 등 복장과 장구 착용에만 10분 넘게 걸렸다. 36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갑갑했다.
강윤구 소방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소방관의 사전 준비가 꼭 필요하다”면서 “힘이 들어도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이런 불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진행된 훈련은 ‘소방차 길 터주기’이다. 이는 시민들에게 양보 운전 요령 등 교육효과를 높이고, 소방차 출동로 개선을 위해 전국 단위로 실시되는 훈련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인 만큼 도로교통법(제29조)에 따라 소방차 출동시 길을 비켜야 하며, 위반 시 최대 200만 원 과태료가 부과될 정도이다.
이날 소방차량은 수성소방서를 출발해 관계삼거리, 두산오거리, 황금네거리 등을 25분 가량 돌며 훈련을 진행했다. 소방차가 사거리를 진입하자 대부분 운행중인 차량이 길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을지훈련 기간이어서 행정안전부가 이날 오후 2시 기준 훈련 공습경보와 15분 경계경보를 발령해 눈에 띄는 시민들은 적었다.
훈련 당시 이 상황을 신기하다는 듯 지켜보는 시민도 있었다.
김대철씨(36)는 "무더운 날씨에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시민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소방 일을 하는 분들에게 보탬은 될 수 없지만 방해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수성소방서는 이날 훈련 도중 도시철도 3호선 수성못역에서 잠시 정차했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훈련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수성소방서 대원들은 ‘소방출동로는 생명로, 소방차 피양의무 준수’ 현수막을 들고 시민들에게 홍보 활동을 펼쳤다.
차현직 소방사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실제상황과 동일하게 훈련하고 있다”면서 “긴급차량이 출동하고 있으면 생명을 지킬 골든타임을 유지하도록 시민들이 꼭 양보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