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고립된 청년, 보이지 않는 ‘지역사회 위기’

등록일 2025-07-20 18:52 게재일 2025-07-21 18면
스크랩버튼
Second alt text
이형 포항 학산사회복지관장·철학박사

청년 고립은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 삶의 다방면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는 개인의 미래뿐 아니라 사회적 우울과 자살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기존 대응은 고독사 예방과 1인 가구 지원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정서적 관계 형성을 위한 실질적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청년 고립은 경제 활 단절, 지역사회 연결망 상실, 사회 참여 배제라는 세 가지 축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이는 직업 부재를 넘어 경제 활동 기회 박탈, 최소한의 관계망 부재, 다양한 사회 활동 참여의 소외를 포함한다. 초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화할수록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악영향을 미치며 삶의 전반에 걸쳐 위협을 가한다.

경상북도 거주 청년 중 약 7.8%가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는 최근 조사는 전국 평균(6.3%)보다 높은 수치로, 약 1만명의 은둔형 청년 중 3500명 이상이 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된 상태임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사회 구조적 위기의 신호로 해석되어야 한다.

고립은 경제적 단절, 심리적 침체,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점이다. 많은 은둔·고립 청년들은 학업, 직장, 관계에서의 실패 후 회복 기회를 찾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시민’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고립은 개인의 일시적 문제가 아닌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로, 생산성 저하와 사회 통합 저해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 개입하느냐이다. 대부분의 정책은 위기가 가시화된 이후에야 복지체계에 편입된다. 그러나 고립 청년 문제는 선제적 발견과 예방 중심의 접근 없이는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 공동체는 조기 발견–심리 회복–사회 재참여의 흐름을 만드는 실천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경상북도는 올해부터 은둔 청년 전수조사와 맞춤형 심리지원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을 비롯한 사회적 고립가구를 사전에 발굴하고 정기적인 안부 확인을 위한 ‘행복기동대’, 경북행복재단 산하 사회적 고립 해소 및 고독사 예방을 위한 ‘경상북도사회적고립예방지원센터’가 보다 촘촘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위해 활약하고 있다.

포항시에서도 경북 최초로 사회복지관의 지역밀착형사업인 ‘숨은 이웃 행복센터’라는 간판을 걸고 포항지역 6개 읍면동에 사회복지관을 부설로 설치하였다. 숨어 있는 노인, 청년 등을 발굴하고 치유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작금의 문제에 대한 일회성 사업이나 행사성 사업에 그쳐선 안 된다. 청년 고립은 그 자체로 지역 공동체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지표다. 우리는 이들의 침묵 속에서 사회의 미래를 읽어야 한다.

문제는 드러나기 전부터 존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위기’를 먼저 보는 눈과 그것에 응답하는 정책의 감수성이다. 고립으로 인한 위기는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아프기 전에 미리 알아차리고 청년들이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각지대에 은둔하고 있는 고립 청년들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관심과 공감적 자세가 절실하다. 

/이형 포항 학산사회복지관장·철학박사

이형의 열린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