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체전 칠곡군 ‘종합우승’ 김일남씨 테니스 가족단 맹활약 첫·둘째 아들, 고등부 단체전서 아버지는 일반부 ‘금메달’ 쾌거
‘엘리트를 꺾은 고3, 실력을 증명한 고2, 그리고 여전히 현역 같은 아버지.’
최근 막을 내린 경북도민체육대회 테니스 코트 위에서 한 가족이 만들어낸 금빛 드라마가 있었다.
이들의 활약은 단순한 개인 우승에 그치지 않았다. 김일남 씨와 두 아들이 각각 일반부와 고등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칠곡군이 올해 도민체전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때 국가대표를 꿈꿨던 김일남씨(52·경북 칠곡군 북삼읍)는 현재 둘째 아들을 지도하며 코치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두 아들과 함께 출전해, 다시 라켓을 들었다. 이번엔 자신의 꿈이 아니라, 아들들과 함께 이룬 꿈이었다.
김씨는 일반부 테니스 부문에 출전해 장년의 나이에도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등부 단체전에는 고3 아들 김건이군과 고2 엘리트 선수 김건형군이 나란히 출전해 형제의 이름으로 또하나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특히 김건이군은 엘리트 경력이 없는 일반 학생이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예천군 소속의 엘리트 선수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김건형군도 침착한 플레이로 예천의 또다른 엘리트 선수를 제압하며 승리했다.
“건이가 엘리트 선수를 이긴 건 저도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건형이도 자기 몫을 해냈고요. 형제가 함께 일군 결과라 더 감격스러웠습니다.”
김일남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두 아들의 테니스 도전은 자연스레 시작됐다. 둘째 김건형 군은 어릴 적부터 라켓을 잡았고, 운동에 소질을 보이며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말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냈어요.”
김건이 군은 한때 운동을 내려놓고 학업에 집중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시 라켓을 들었다. 엘리트 선수를 꺾은 그 한 경기는 아버지에게 말로 다 못할 울림이었다.
이 집안엔 특별한 가족사진이 있다. 테니스복을 입은 아버지와 두 아들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선 모습이다. 어머니까지 포함해 가족 모두가 테니스를 즐긴다. 전국대회가 열리면 가족이 함께 움직이고 대회는 곧 가족 여행이 된다. 라켓은 이 가족의 언어이자 유대의 매개다.
“같은 스포츠를 함께 한다는게 큰 힘이 됩니다. 테니스를 통해 더 많이 대화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죠”
김건형 군은 이번 활약을 바탕으로 경상북도 대표로 선발돼 오는 전국체전 출전을 앞두고 있다.
“저는 이루지 못한 꿈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우리는 그저 옆에서 조용히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삼부자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 테니스 코트 위에는 단순한 승부 이상의 감동이 피어났다. 경기 결과보다 더 빛났던 건 한 가족이 함께 만들어낸 ‘금빛 팀워크’였다.
/박호평기자 php111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