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서 대선 후보 급부상… 국회의원 없이 대통령 된 첫 사례<br/>용산시대 열었지만 정치초보 한계·거부권·김여사 의혹으로 시끌<br/>정치적 갈등 속 계엄 사태로 한 순간에 추락… 임기 3년도 못 채워
검사에서 대통령까지 직행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영욕의 시간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끝났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의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추락도 한 순간이었다.
검사 출신이자 서울 출생 대통령,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현직 대통령으로서 파면당했다. 대통령 임기를 3년도 채우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12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다. 헌정사상 첫 서울 출생 대통령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교수의 고향은 충남 공주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9수(修)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를 시작했다. 52세이던 2012년 3월 김건희 여사와 결혼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이 알려진 계기는 박근혜 정부 집권기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었다.
수사팀장으로서 그해 10월 서울 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윗선의 부당한 수사 지휘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때 남긴 말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장 ‘항명’ 파동으로 징계받고 한직을 돌았다. 그러던 중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으며 복귀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져 2017년 5월 조기대선의 문을 연 장본인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개국 공신이나 다름없던 윤 전 대통령은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윤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중용했다. 이후 2년여만에 검찰총장으로 발탁돼 정점을 찍었다.
검찰총장 취임 두 달여 만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를 수사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는 구속기소 됐고, 조 전 장관도 결국 지난해 12월 딸의 입시 비리로 수감돼 의원직까지 잃었다.
조 전 장관에 이어 2020년 1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추미애 의원은 그런 윤 전 대통령을 응징했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감찰을 통해 직무 정직처분을 내렸다. 그럴수록 윤 전 대통령 인기는 올랐고, 문재인 정부는 강한 역풍을 맞았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퇴직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경선을 거쳐 2021년 11월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 탄탄한 지역 기반이나 당내 강력한 우군이 없던 윤 전 대통령은 유세를 거듭하며 지지세를 끌어 올렸다. 외연 확장이 필요했던 윤 전 대통령은 사전 투표 직전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를 성사하며 마침내 정권교체를 달성했다.
윤 전 대통령은 청와대 대신 국방부 자리로 대통령실을 옮겨 ‘용산 시대’를 열었다. 대통령 집권 후는 순탄치 않았다. 당정 관계가 삐걱거리자 ‘정치 초보’인 윤 전 대통령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국은 지난해 4월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대패하며 야당이 압도하는 상황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각종 특검법과 당시 여권과 상충하는 법률안으로 휘몰아쳤고, 윤 전 대통령은 그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막아섰다.
그는 취임 후 무려 25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45건 이후 최대일 만큼 여야 협치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여기에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까지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여권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나 사과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완고했다. 결국 지난해 11월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는 ‘끝장 회견’을 열어 머리를 숙였다. 극한으로 치닫던 갈등은 지난해 12월 3일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로 정점을 향해갔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그날이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소추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계엄은 야당의 입법 폭거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항변했으나, 결국 파면됐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