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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생전 아내 보살피고 챙길 터”

이창훈 기자
등록일 2025-02-20 19:36 게재일 2025-02-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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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시골 마을의 애끓는 사부곡 <br/>김영식·이금희 부부 이야기 ‘눈길’<br/>15년째 몸 불편한 아내 돌보는 남편<br/>매일 비가 오나 눈이오나 걷기 재활<br/>밭일 할 때도 함께… 24시간 보살펴<br/>봉사도 열심… 모범동민상 받기도
경북 의성군 다인면 운암길 삼분마을에 사는 김영식·이금희 부부. 김씨는 뇌를 다쳐 정상거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초교1년 수준의 지적장애를 지닌 이씨를 15년째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시키는 등 극진히 보살펴 귀감이 되고 있다. /이창훈기자

요즘같이 각박한 세태에 시골의 한 조그마한 마을에 가슴을 저미는 ’사부곡(思婦曲)’이 퍼지고 있어 화제다.

의성군 다인면 운암길 삼분마을에 살고 있는 김영식(68)·이금희(64) 부부가 주인공이다. 남편 김영식씨는 현재 15년째 몸이 불편한 아내 이씨를 아침저녁으로 운동시키고 일을 나갈 때는 트럭에 태워 함께 다니는 등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아내를 돌보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집안일도 이씨 몫이다.

아내가 2010년쯤 갑자기 넘어져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 정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 아내가 쓰러졌을 때는 참으로 세상이 막막했습니다. 당시에는 아내가 살아있기만을 기도했습니다. 병원에서도 어렵다고 했지만, 기적적으로 소생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당시 병원에서는 뇌판이 깨져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하지만 수술후 병원에서 6개월여 동안 치료와 재활을 반복한 후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했고, 뇌 손상으로 인해 초등학교 1년 수준의 지적장애가 동반됐다.

김씨는 아내를 살리는 길은 운동이라고 여기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걸어다닌 게 수만km는 족히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아내가 혼자 있을 상황이 안돼 밭일을 할 때도 같이 데리고 가는 등 거의 24시간 돌보고 있다.

“주위에서 시설이 좋은 요양원 등에 보내라고 권유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아내를 보살필 겁니다. 제가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마을이 고향인 김씨는 어릴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 집이 가난해 초등학교 졸업 후 10여년간 머슴살이를 한 후 1981년 현 부인과 결혼해 자녀 두 명을 키웠다.

그동안 돈을 악착같이 모았고, 지금 논·밭농사와 양봉을 하고 있다,

양봉은 성실히 군봉을 늘려 150군으로 생계에 보탬이 되고 있다.

마을을 지키며 자원봉사도 열심히 한 그는 2020년에는 마을주민들로부터 모범 동민상을 받기도 했다.

이웃주민 김금옥 할머니는 “멀쩡한 사람도 요양원을 보내는 시절에 김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와 손잡고 운동을 시키며 살아가는 모습은 현 세태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씨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운동시키고 일상에 불편이 없도록 아내를 보살피고 챙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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