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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구상과 천재화가 이중섭 거리' 칠곡에 연말까지 조성된다

박호평 기자
등록일 2024-08-07 16:37 게재일 2024-08-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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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시인 구상과 천재화가 이중섭 거리' 연말까지 조성
'시인 구상의 가족'은 이중섭이 왜관에 살던 친구 구상 시인의 집에 머물 때 그린 그림으로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시인 구상의 가족'은 이중섭이 왜관에 살던 친구 구상 시인의 집에 머물 때 그린 그림으로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구상·중섭 우정의 거리'프로젝트가 순항하고 있다. 

연말 준공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칠곡의 대표 관광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구상∼중섭 우정의 거리는 왜관읍 구상문학관과 왜관초교, 삼성아파트, 순심여중·고 사이 도로를 순환하는 폭 4~7m·길이 822m에 조성되고 있다. 칠곡군이 타계 20주년을 맞는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가 우정을 나눴던 옛 왜관 골목길을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으로 지난해 6월 착공했다. 29억 6천만의 예산이 투입돼 구상문학관을 중심으로 ‘구상·이중섭 우정의 마당’, ‘구상과 이중섭의 이야길’, ‘골목길에서 피어나는 우정’, ‘푸른 우정의 거리’ 등 4개 테마로 꾸며진다.

중심에는 시인 구상이 있다. 앞서 지난 2002년 10월 구상문학관을 개관한 칠곡군은 구상을 지역 문화예술 관광의 한 축으로 설정, 다양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구상∼중섭 우정의 거리 사업도 그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서울 출신인 구상 시인이 칠곡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3년이다. 작가로서 전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반독재 투쟁을 벌여 투옥되기도 한 그는 1952년 승리일보가 폐간되자, 부인 서영옥(1993년 작고) 여사가 의원을 차린 경북 칠곡군 왜관으로 내려와 1974년까지 기거했다.  

서양화가 이중섭과 시인 구상
서양화가 이중섭과 시인 구상

 구상은 칠곡에 머무는 동안 왕성한 집필활동을 했다.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구상의 집을 찾으면서 칠곡 문학인들의 보폭을 넓혀주는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칠곡군은 구상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칠곡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추모를 위해 부인이 경영하던 의원 자리에 구상문학관을 개관했다. 

칠곡에 내려와 살면서 집필에 전념한 구상과 달리 이중섭은 구상을 통해 칠곡이 접목된 케이스다. 구상과 이중섭의 각별한 우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은 지난 4월 24일 K옥션 경매에 나온 이중섭의 1955년 작품 '시인 구상의 가족'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중섭이 구상에게 그려 준 이 작품은 경매에서 14억원에 팔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이 그림은 이중섭의 손이 원근법을 무시하고 구상 아들의 손과 닿아 있는데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1955년, 이중섭은 서울의 미도파화랑과 대구의 미국 공보원에서 연 개인전이 흥행하자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과 재회를 꿈꾸었다. 그러나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세간의 호평과 절반 이상의 작품 판매가 이뤄지며 성공적인 전시로 보였지만 정작 작품대금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돈을 만지면 그는  일본에 있는 부인 마사코 등 가족을 만나러 가기로 했었으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절망상태에 빠졌다. 힘든 나날, 대구 등지를 돌며 방황을 이어갔다. 그때 이중섭을 칠곡으로 부른 건 오랜 친구인 구상이었다.

그는 구상의 칠곡 왜관 집으로 와 한동안 머물렀다. 이중섭은 구상이 아들과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자 자신의 아들이 생각났다. 약속한 자전거를 사주지 못한 부러움과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그 행복한 가족의 현장에 있던 자신의 모습을 화면 우측에 덩그러니 그려 넣었다.

이중섭의 애타는 심정을 담은 이 그림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그림의 배경이 된 칠곡도 덩달아 '이중섭과 구상이 한때 살며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던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구상과 이중섭 두 분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서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면서 '구상·중섭 우정의 거리'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앞으로 구상 문학 심포지엄 등 다양한 관련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호평 기자 php111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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