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적 통로 통해 소통”<br/>나경원 “韓 판단력 미숙”<br/>원희룡 “절윤 평가 틀리지 않다”<br/>윤상현 “신뢰 없다는 방증”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가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읽고 씹었다)’ 의혹이 제기됐다. 당권주자들은 논란을 키우기 위해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읽씹했다는 주장은 CBS 김규환 논설실장이 지난 4일 자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김 여사가 자신의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한 후보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과를 하라면 하고, 더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며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문제는 이 문자를 보낸 이후에 한 위원장이 이 문자를 흔한 말로 ‘읽씹’, 읽고 씹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여사가 굉장히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한 후보 캠프 측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 후보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집권당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며 “(공개된) 문자도 재구성되어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한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라며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우리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우리 전당대회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더 이상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 비전, 민생, 통합을 논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다 같이 망하는 전당대회,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도 “총선 기간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 위원장이 요구하는 것을 다 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는 “한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공적·사적 관계를 들이대더니, 이번에 또 그렇게 했다”며 “세 분 사이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 역시 “(한 후보가) 영부인과 사적 방식으로 공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서 그랬다는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 부인이던 김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신뢰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 후보가 정말로 국민의힘을 사랑한다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당도 살리고 윤석열 정부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