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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신당, 대의명분 없이는 실패한다

등록일 2023-12-28 18:12 게재일 2023-12-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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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그동안 예고한 대로 지난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창당을 선언했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로 당 대표에 당선된지 2년 6개월여만에 친정과 결별했다. 이날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열린 탈당 회견 단상에는 본인뿐이었고, 그의 측근으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준석은 이날 탈당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집중 비판했다. 정부·여당을 ‘검찰과 경찰이 주도한 정치적 결사체’라고 했고,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칼잡이의 아집’이라고 직격했다. 심지어 “군인 정치를 이겨 내니 검경 결사체와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도 했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윤 대통령의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국민의힘에는 ‘검찰독재’ 프레임을 씌운 발언이다. 민주당과 똑같은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굳이 신당을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준석은 이날 창당준비신고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으며, 다음달 신당을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현재 신당합류 인사 중 지역구 출마의사를 밝힌 1천400명 중 60~80명이 출마가능인원”이라고 소개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준석 신당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이다. 일단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떠나 세력화에 나서면서 보수 정치권 분열은 현실화됐다. 그러나 이날 회견장에 측근 세력마저 함께 하지 않고 ‘나홀로 탈당’을 한 것을 보면, ‘신당순항’은 일단 비관적으로 보인다. 추후 국민의힘 공천에 탈락한 비주류 인사들이 얼마나 신당에 합류할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이준석 신당의 최우선 필요조건은 ‘국민적 기대를 모으는 인재영입’과 ‘기존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비전’이다. 그래야, 자신을 당 대표까지 키워줬던 친정을 배신한 대의명분이 생긴다. 이러한 명분없이 제3지대나 국민의힘 비주류들을 모아 ‘잡탕밥’ 같은 신당을 만들 경우 민심을 얻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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