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들어 의료계와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장기간 논의를 해왔다. 대한의사협회와는 14차례 회의를 했고, 지난 8월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 산하에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작년기준 인구 1천 명당 2.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수준이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으로 떨어진다. OECD 평균은 3.7명이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0년 10%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3천58명으로 묶여 있다.
의사단체는 의대 대폭증원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 비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의사부족으로 인한 의료체계 위기상황은 심각하다. 대구지역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응급 환자가 입원할 곳을 못 찾아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헤매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오전 9시만 되면 소아과 병원의 하루 예약이 끝나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국 소아과 700여 곳이 사라졌다는 통계도 있다.
의대정원 확대로 우려되는 점은, ‘의대진학 열풍’이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쏠림과 주요대학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진학을 위한 자퇴·휴학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올해만 해도 서울대 신입생 중 휴학생이 418명이나 되는데 상당수가 의대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려면 도(道)단위 지자체 병원이나 필수의료(소아과·외과)쪽의 의사를 집중보강하는 방향으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