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와 전남도는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의료 취약지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각각 1.4명과 1.7명으로 전국 평균 2.1명을 밑돈다. 뇌졸중 등 중증응급 분야 전문의 수도 평균 미만이다. 그래서 10만명당 치료 가능한 환자 사망률은 경북 46.98명, 전남 47.46명으로 전국 평균 43.8명을 훨씬 웃돈다.
두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곳으로 전국에서 노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은 65세 이상 노인인구도 가장 많다. 또 지역 특성상 도서, 산간지역이 많아 의료서비스도 매우 취약하다.
이들 지역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억울함을 그동안 줄곧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이나 정치권에서 그 어떤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들이 무더기로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남은 국회 임기를 생각하면 모두가 폐기될 운명이다.
이철우 경북지사와 김영록 전남지사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최대 의료취약지인 경북과 전남에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발표했다. 두 지사는 건의문에서 “두 지역 450만 도민은 오랫동안 생명권과 건강권을 박탈당하며 살아왔다”며 “다른 지역과의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반드시 국립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김형동 의원(국민의힘)은 “의료서비스 불균형 해소는 지역민에게는 생존 문제”라며 국립의대 설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국립의대 설립은 의대 정원 문제와 맞물려 의료계의 폭넓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부터 18년째 동결된 상태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대정원을 확대키로 큰틀에서 합의점을 이뤘으나 의료계 전체의 공감을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항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중심 의대 설립문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의대설립 요구는 더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해법을 내놓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