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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해산하라”는 말까지 듣는 지방의회

등록일 2023-08-08 19:59 게재일 2023-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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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의회가 지난 7일 열린 본회의에서 ‘유령회사 수의계약’ 논란을 빚은 배태숙 의원에 대해 30일 출석정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의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배 의원의 출석정지로 소속의원 7명 중 3명이 의원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앞서 이경숙 의원은 임기 중 주소를 관외지역으로 옮겼다가 의원직을 상실했고, 김효린 의원은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고발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재적의원 수가 모자라 기능을 상실한 사례는 아마 지방의회 중 중구의회가 처음일 것이다. 대구참여연대는 “최소 윤리마저 내팽개친 중구의회는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유령회사(홍보물업체)를 차려 대구 중구청 등과 총 8건(1천68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겸직하고 있는 회사의 수의계약 논란과 관련된 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수의계약 매출분에 대해서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원들의 일탈·탈법행위가 집단적으로 나타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까 ‘지방의회 무용론’이 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에게 철저하게 종속된 지방의회의 정상화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소리도 나온다. 대구·경북을 보더라도 국민의힘 지역구 국회의원이 대부분 공천권을 행사하니까 지방의회는 여의도 권력의 도구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주민의 의사와 생활정책을 지방정부에 반영해야 할 인물보다는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의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탓이다.

지난해부터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방의회의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 지방의회 의장이 사무직 공무원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구중구의회 사례에서 보듯, 지방의원들의 일탈행위는 변함이 없다. 지방의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전선에서 지역 주민을 대변하는 공직자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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