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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보낸 해병대 아들, 더는 불행한 일 없게

등록일 2023-07-23 17:46 게재일 2023-07-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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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있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장은 참석한 이들의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 스물살의 젊은 나이로 군생활 도중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모든 참석자의 마음을 애끓게 했다. 특히 채 상병은 군부대가 사전에 안전조치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비판도 많이 나와 장례식을 지켜본 이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예천 수해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벌이다가 갑자기 강바닥이 무너져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당시 군이 수색작업을 하던 내성천은 수륙장갑차조차 버티기 어려울만큼 물살이 거셌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은 물속에서 수색작업을 하는 군 병사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중 수색작업의 기본인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은 군의 안전불감증을 우리는 개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은 산불이나 수해 등 민간의 재난현장에 자주 동원된다. 군의 이런 노력으로 민간의 재산이나 생명을 구조하는데 혁혁한 공로도 많이 세웠다. 그러나 군 장병이 위험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나 규정 준수는 기본상식이다. 내성천 사고처럼 수중수색을 하면서 장화만 지급하고 물속에 내보는 것은 군 장병을 마치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군부대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온 젊은이의 안전은 군이 굳건히 지켜주어야 또 다른 젊은이가 애국심으로 군을 찾을 것 아닌가.

고 채 상병과 같은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잘 살펴 책임을 묻고 다시 정비해야 한다. 또 군의 민간 재난현장 투입이 마치 실적경쟁을 벌이듯 마구잡이 투입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안전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군에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군 스스로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 다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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