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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내 수능출제로 ‘사교육 지옥’ 해소 기대

등록일 2023-06-20 20:10 게재일 2023-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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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저께(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했다. 킬러문항은 그동안 사교육 주범으로 꼽혀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킬러문항에 대해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킬러문항 출제배제에 대해서는 교육계와 학부모 대부분이 환영하고 있다. 본지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킬러문항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다. 한 학부모는 “킬러문제로 낙심하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최상위 ‘그들만의 리그전’이 사라져야 한다. 교과서내에서 변별력있게 문제를 내준다면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그들만의 리그전’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타강사들이 몰려있는 대형입시학원에 일찍부터 다니며 킬러문항에 대비해온 학생들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수능부터 공교육 교과과정내 출제 방침을 밝히자 가장 반발하는 측도 대형입시학원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포항지역 한 현직 교사는 “수능 변별력을 높인다는 핑계로 교과서에 없는 비문학 문항이나 융복합형 문제를 낸다면 사교육 받을 여건이 안 되는 농어촌 학생들은 어떻게 버티겠느냐”고 말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서울지역 부유층 자녀는 대형입시학원들이 제공하는 킬러문항을 반복적으로 공부하며 수능에 대비할 수 있지만, 농어촌 지역 학생들은 아예 킬러문항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수능이 몇 달 남지 않았는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데, 오는 9월에 치러지는 모의고사 때 ‘공교육 과정 내 준킬러문항’ 유형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고교 교사들은 교육 과정 내에서 통합형 유형으로 문제를 내면 얼마든지 난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부담은 치명적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청년들의 결혼기피나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이 사교육비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현 정부의 ‘공교육 내 수능출제’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돼 학생들이 ‘사교육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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