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행보 ‘태풍의 눈’ 여부 정치권 촉각<br/>‘탄핵 명예회복’ 민심 적잖아<br/>측근들 중심 보수결집 가능성<br/>“작년 地選때처럼 영향력 미미” <br/> 지역 TK의원들 벌써 견제구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가 태풍의 눈이 될지 여부에 대구·경북(TK)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면 TK정치권에 큰 변화를 몰고와 정치 지형의 재정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북매일 등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지난 1∼2일 양일간에 걸쳐 TK시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율은 6.8%)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할 경우 어떻게 평가하겠냐’는 질문에 TK시도민 응답자의 30.5%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7.9%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바라는 TK민심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잘모르겠다는 응답도 21.6%에 달해 윤석열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소지도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30%가 지지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박근혜 영향력은 없다’며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그 정도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한다면 10% 정도의 지지세는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 그 경우 여권은 물론 TK총선 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총선에서 대구 경북 민주당 지지율이 20%선을 오르내린 점으로 미뤄 내년에 박 전 대통령이 40%지지율을 유지한다면 국민의힘으로선 간담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현재 지역 정가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 측근 인사였던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의원,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변호사와 탄핵 후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된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설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인물론에서도 지역 국회의원에 못지않는 등 경쟁력이 있다. 거기에 내년 총선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명예회복을 도모한다면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져 여파가 간단치 않을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현재 흐름으로 볼때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박근혜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대구와 구미는 물론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출마하려고 했던 문경 등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한다면 TK지역에서 박근혜 바람은 더 거세져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일부 출마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기록해야만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또 다른 한 인사는 “국민의힘으로선 보수 결집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 경우 자연스레 TK 일부 지역에 친박 공천을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이 움직이면 가장 곤란해질 쪽은 국민의힘이다. 만에 하나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친박 세력이라도 태동한다면 총선 전체 기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역 정가에선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출마시킬 정도였던 박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정중동의 입장은 아닐것이라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여권 내 역학 구도를 주목하면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을 지, 독자 세력화 할지에 대한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김기현 대표가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키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만난다면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가 무엇보다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의 차기행보에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켠에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적잖게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지방선거 때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나 18.62%를 얻는 데 그친 바 있다. 실제 일부 TK의원들은 이를 예로 들며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