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중 지난해 통계를 보면, 학폭 피해를 당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한 초·중·고생 8천370명에게 그 이유를 묻자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각각 30%, 32.9%, 29%로 높게 나타났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학교폭력 피해를 알려도 해결이 안 되거나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신고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초·중학생에 비해 높았다. 학폭 신고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낮은 이유는 신고 이후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게 원인이라고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포항시내 한 학부모의 글을 본지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학교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그 학부모는 아이가 매일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다는 소리를 듣고 담임교사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로 설명했지만, 교사는 ‘증거를 직접 수집하라’, ‘기다려 달라’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속이 상한다는 글을 올렸다. 학폭사태 처분을 놓고 학교 당국이 피해자나 학부모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우리사회가 아직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학교폭력은 피해 학생과 가족은 물론이고 공동체에 두고두고 상처를 안기는 사회병리현상이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달 내놓기로 했던 학교폭력근절대책 발표를 이달 중순으로 미뤘다.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폭 문제를 둘러싼 청문회(3월 31일)가 정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연기된 게 원인인 모양이다. 교육부는 과거에도 학폭사건이 사회이슈가 될 때마다 수습책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대책의 핵심은 피해 학생들이 고통을 당하면서도 신고를 꺼리는 현상을 막을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해자 관리를 더 엄격하게 하고 피해자 보호를 확대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학폭대책의 근본적 방향은 가해자는 엄벌을 받고 피해자는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