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2050년 RE100 달성’을 약속한 기업은 많지만, 대구시처럼 지방정부가 이행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이례적이다. 올해 초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서 구글, 애플, 이케아 등 349곳의 다국적 기업이 RE100에 가입했다. 한국도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등 14개 기업이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가입했다. 대기업들이 잇달아 RE100 이행을 약속하는 것은 유럽의회가 지난 6월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달성 여부가 모든 기업에게 ‘무역장벽’이 된 것이다. 탄소국경세 대상에는 대기업 본사뿐 아니라 협력사, 운송·보관(창고)업체 모두 포함된다.
대구시가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과제로 제시한 것은 85가지로, 이행 1단계인 2030년까지 모두 13조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5대 과제는 지역 17개 산업단지 지붕 태양광 설치, 친환경 대중교통 시스템 구축, 탄소 중립 시민실천활동, 중수도 시스템 구축, 숲 도시 대구 프로젝트 (온실가스 40만t 흡수)다.
지방정부가 싼 공단 부지와 조세혜택으로 기업을 유치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도시가 되려면 RE100 달성은 이제 필수사항이 됐다. 대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DNA가 있는 도시다. 기업과 시민 모두가 똘똘 뭉쳐 대구시가 제시한 5대 과제를 철저히 실천하면 ‘탄소중립 도시 대구’가 실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