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10만명 이상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다. 소방당국은 이 사고로 30일 오후 5시 현재 153명이 숨지는 등 모두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경찰은 현재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소 관계자의 진술, CCTV를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지만,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최초 사고 경위는 불명확하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속단할 순 없지만, 이번 참사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은 행사주체가 없어 체계적인 현장관리를 못한데다, 인파가 한꺼번에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골목에는 주점과 클럽이 밀집해 있어 사상자 대부분이 10~20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러한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와 경찰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향후 유사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찰과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사고 예방 조치를 충실히 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태원 일대는 매년 핼러윈 때마다 인파가 몰려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던 곳이다.
대구·경북도 대형참사의 예외지역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때는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 등 모두 343명의 사상자가 났다. 2005년 10월 상주시민운동장에서는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린 사람들이 출입구를 여는 순간 한꺼번에 입장하면서 11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4년 2월에는 경주 양남면의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부산외대 학생 등 총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는 최근 러시를 이루는 각종 가을축제를 긴급 점검하고, 행사가 질서있고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