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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잊혀진 토성, 남미질부성을 찾아서

허명화 시민기자
등록일 2022-09-27 20:18 게재일 2022-09-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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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 남미질부성 동쪽연못.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성리에 위치한 남미질부성(경상북도 지정문화재 96호). 이름도 생소한 이곳은 흥해에서도 꽤나 모퉁이에 있어 한적하다. 겉모습만으로는 성이라는 느낌을 찾기 어렵지만 포항의 가장 오래된 성으로 몇몇 산책하는 사람들과 정자에서 동네 주민들의 담소 장소가 되어준다. 하지만 포항의 영일대해수욕장이나 죽도시장 등 다른 여행지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문화유적지다.

남미질부성은 흥해읍 남쪽 평지 위에 돌출된 천연적인 구릉지를 이용하여 성벽을 축조했고 성벽은 흙을 이겨서 쌓은 토성이며, 성벽 둘레가 약 2km나 되는 대형 성곽이다. 지증왕 5년(504년) 9월에 주민들을 동원하여 파리성, 미실성, 진덕성 등 12개의 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져 온다. 이 남미질부성이 곧 미실성이다. 삼국시대 북미질부성과 함께 신라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성안에는 남성리의 ‘못산(池山) 마을’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못산 마을의 서편 구릉지에는 성주의 무덤으로 전하는 고분이 7~9기 정도 남아있다. 기록은 1개의 못과 3개의 우물이 있어서 성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였다고 하는데 현재는 1개의 못과 1개의 우물이 남아있다.

이 성곽은 흥해지역뿐 아니라 포항지역에 남아있는 성곽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축조된 성곽에 해당되며, 늦어도 고려 시대까지는 흥해지역을 다스리던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등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었다는 남미질부성. 연못가를 한 바퀴 돌면 흐드러진 수양버들이 가지를 늘어뜨려 아직 싱싱한 연잎과 대화하는 것 같다. 그 옆에서 나무 데크길에서 그 시대 성안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해본다.

동네 주민들의 훌륭한 산책 장소이자 왜가리, 오리, 학, 두루미 등 조류들의 서식지이기도 한 남미질부성에서 가을 바람이 전하는 옛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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