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라져버린 ‘만화방’의 추억을 들춰본다. 지금은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만화카페가 있지만, 웹툰이 아닌 종이 만화책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은 시간에 쫓기듯 만화책을 읽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으리라. 여기 만화책은 물론, 동화, 소설, 인문 서적까지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다. 바로 안동시 송천동에 자리한 ‘백죽고택 작은도서관’이다.
백죽고택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5호 안동 흥해 배씨 임연재종택을 일컫는 말이다. 흥해 배씨 안동 입향조인 백죽당 배상지 가문의 종가로 조선중기 때 문신 배삼익을 불천위로 모시고 있다.
이곳은 원래 안동군 월곡면 도목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인해 1973년 지금의 송천동으로 옮겼다. 안동대학교 가까이 있는 이곳은 호젓한 골목길을 지나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의외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
푸릇한 잔디밭을 지나 안채로 들어서면 번호가 새겨진 방이 나온다. 댓돌에 신발 벗어놓고 반들반들한 마루에 앉아 책을 읽어도 좋고 몸을 숙이고 들어가는 골방처럼 작은 방에서 책을 읽어도 좋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아늑하다. 고택에서의 만화 읽기는 레트로한 느낌을 풍겨 어쩐지 옛 추억에 더 젖게 만든다. 비라도 내리면 그 운치는 더한다.
조선시대 장서가로 널리 알려져 있던 임연재 배삼익 선생의 뜻을 기려 유서 깊은 공간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이 설립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이웃을 위해 영리를 취하지 않으며 공개한 도서관이니 유의사항을 잘 지키며 이용하기를 권한다. 매주 화, 수요일은 휴관이다.
/백소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