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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쑥대밭 만든 태풍… 철저한 원인 분석 절실”

허명화 시민기자
등록일 2022-09-13 18:12 게재일 2022-09-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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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천 범람에 지하주차장 참사·포스코 49년 만에 가동 중단<br/>창원·마산 차수벽 설치 인명피해 없어… 울산·부산도 무사
태풍 ‘힌남노’로 불어난 포항 냉천 모습.
태풍 ‘힌남노’로 불어난 포항 냉천 모습.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지난 6일 새벽 시간당 최대 110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포항시 남구 오천읍과 인덕동을 관통하는 냉천이 범람했다. 태풍 때마다 불안했던 냉천이 결국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범람하면서 포항시 오천읍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냉천의 범람으로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 주택과 시장은 쑥대밭이 되었고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는 49년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반복되는 수해에 결국 인명피해까지 낸 냉천은 그동안 수차례 민원이 제기돼왔다. 2012년부터 냉천 조성사업이 시작되었고 산책로와 공원 조성으로 강폭과 깊이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6년쯤 공사가 마무리되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태풍(2016년 차바, 2018년 콩레이, 2019년 타파) 때마다 범람 위기를 맞았다. 주민피해는 물론 산책로가 쓸려 내려가 매번 보수공사를 벌여야 했다. 2018년 경상북도에서는 재해에 취약한 냉천의 경사면을 보강하라고 지시를 한 바 있다.

냉천 바로 옆에 집이 있다는 주부 정 모(43) 씨는 “냉천은 평소에 냇물이 말라 있다. 하지만 조금 큰비가 온다 싶으면 물이 금방 찬다. 이번 태풍처럼 물이 항상 산책로를 모두 덮어 버리면서 돌이며 잔디를 다 쓸어버린다.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 시에서는 조경과 산책로 보수공사에만 힘쓰고 있다. 이렇게 몇 년을 반복했으면 진짜 차수벽을 설치하든지 옹벽을 쌓든지 뭐든 조치를 해야 할 텐데 조형물만 늘어나고 있다. 뉴스에서 100mm이상 내린 거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근처에 사는 사람이면 다 안다. 장미를 심어 경관이 예쁜 것도 좋지만 안전이 보장돼야 심어놓은 장미도 예쁜 거 아닌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큰 재난을 입은 포항과는 달리 몇몇 도시들은 철저한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우리보다 앞서 2003년 ‘매미’ 때 큰 피해를 본 창원은 마산만 일대에 차수벽을 설치해 ‘힌남노’의 영향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다. 태풍만 오면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지역에 수방(水防)시설을 미리 만들고 대비를 한 덕분이다. 태풍의 이동 경로에 있던 울산도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태화강에 빗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미리 뚫어 놓은 까닭에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 때 유리창 파손으로 피해를 입었던 부산도 이번 태풍에는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비를 한 덕에 온전했다. 바다와 바짝 붙은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상가들도 대부분 무사했다.

‘힌남노’ 피해 현장을 본 최 모(36·포항시 남구 상도동) 씨는 “지금은 냉천이었지만 다음번엔 형산강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조금만 비가 더 왔더라면 실제로 홍수 경보까지 갔던 형산강이 넘쳤을 수도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자연재해는 자주 일어나리라는 예측이 있지 않나. 포항시가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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