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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충 못막으면 소나무 멸종될 수 있다”

등록일 2022-08-22 18:08 게재일 2022-08-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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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봐도 누렇게 말라가는 소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이다. 특히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는 요즘 소나무 재선충이 급속도로 확산돼 피해가 크다. 올해 경북도 내 재선충 감염 소나무류는 11만3천여 본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1천136ha에 달한다. 피해가 특히 심한 곳은 포항, 경주, 영덕 등 주로 동해안 지역이다. 포항은 한때 적극적인 방제로 재선충 박멸에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올들어 일출관광지인 호미곶과 송이 생산지인 기계면 일대를 중심으로 다시 빠른 속도로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 경주는 감포를 시작으로 불국사와 보문단지까지 재선충이 번지고 있다. 산주(山主)들은 “현재 감염속도로 보면 조금만 더 지나면 소나무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래 현재는 전국적으로 번지는 상태다. 감염이 되면 잎이 갈색으로 변색돼 그해 80%, 이듬해 3월까지 100% 고사하는 무서운 병이다. 현재로선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소나무는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나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에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이미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나무재선충을 막지 못하면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라 전역에서 소나무가 멸종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예산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대응체계로는 소나무들이 견뎌내질 못한다. 경북도내 일선 시·군의 경우 방제 예산이 줄어들어 소나무재선충이 발생하더라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소나무재선충을 잡으려면, 우선 일선 시·군에 방제예산을 충분히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드론이나 항공촬영 등을 통해 재선충 피해지역을 진단한 후 체계적 방제를 진행할 수 있다. 중국은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발견되면 그 주변 지역 100m 범위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우리나라도 늦기전에 이런 특단의 조치를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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