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 국회의원을 겨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거세다. 여권 내부에서 “레드라인을 넘었다”, “망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오자 이 대표가 즉각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내분이 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지난 13일 기자회견 후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나는) 개고기를 판 적이 없다”며 불쾌해했고,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며 이 대표를 비난했다. 초선인 김미애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이 개고기냐”며 비난전에 가세했다. 이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자신의 SNS에 당원 가입 독려 글을 올리며 “기자회견을 봤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데 다들 뭐에 씐 건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본인은 물론, 당과 국가를 위해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여당의 대표를 지낸 사람이 대통령을 향해 거친 언어를 쓰며 직격탄을 날린 것은 좀처럼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 윤리위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가 절차의 정당성 측면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보라”고 언급한 부분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내일(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회견내용에 분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심정으로 소화를 시켜야 한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윤 대통령이나 정무라인이 이 대표를 만나 그동안 쌓인 감정을 풀었다면 이런 험악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내일은 이 대표가 낸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이 열리는 날이다. 이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이 만약 법원에서 인용된다면 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2명이 되는 대혼돈의 상황이 온다. 이러한 혼란은 여권이 사전에 수습해야 한다. ‘주호영 비대위’의 역량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