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지출 비용 만원도 부족 <br/>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 때우거나<br/>도시락까지 싸며 허리띠 졸라 매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29·여) 씨는 “점심으로 쭈꾸미 비빔밥 하나를 시켰는데 9천 원이라니 말이 되냐”면서 “올해부터 조금씩 밥값이 오르고 있는 건 알았지만, 8천 원대와 9천 원대는 체감상 너무 다른 것 같다. 커피도 2천 원대 저렴한 커피를 파는 집만 찾아 마셨는데 그곳도 결국 가격을 올려 점심에만 만원을 넘게 쓰고 있다. 한 달 식비 예산을 40만 원 가까이 올려 잡았고 약속 횟수도 줄이고 있다. 얼마나 더 오를지 무섭다”고 한숨지었다.
고물가에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쓰이게 되면서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도시락을 챙겨와 식대를 줄이려는 모습도 낯설지 않게 됐다.
덕수동에서 자취를 하는 직장인 임모(32·여) 씨는 “요즘 물가가 비싸니 일주일에 한 번은 도시락을 싸 오는데 한 끼에 3천~5천 원은 절약할 수 있다”며 “주 2~3회씩 도시락을 가져와 ‘도시락 마스트’라고 불리는 동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점심 식사를 다 같이 모여서 하는 분위기인데 도시락을 직접 싸 오기가 쉽지 않은 직장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을 자주 이용하는데 건강이 걱정될 때도 있다.
최근 편의점에서 자주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는 조모(34·남) 씨는 “도시락만 먹으니 나트륨도 걱정되고 영양적으로도 불균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가만 내려간다면 다시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당분간 고물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4.5%에서 4.7%로 수정했다.
대학생 박모(23·여) 씨는 “최근 휴대폰 요금제도 알뜰폰으로 바꿔 5만 원대에서 1만 원대로 줄였다. 월세도 비싼데다가 특히 식비가 전반적으로 올라 돈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주 시켜 먹던 배달 음식도 안 시켜 먹고 아끼고 있다”면서 “영어·수학 과외를 하나씩 하고 있는데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영어 과외를 하나 더 늘려 총 3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얼마나 더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줄여가면서 어떻게든 버텨볼 것”이라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