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특강에서 허상문 교수는 자신의 근원으로부터 추방되어 영원히 방랑의 길을 걷도록 운명 지워진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통해 작가란 오랜 타성이 되어 있는 현상에 눈이 멀어질 때 새로운 눈이 떠지는 역설적인 존재이며, 이 때 획득되는 것이 통찰력이라고 정의하였다.
어둠을 모르면서 환한 감동의 씨앗과 뿌리 열매가 달린 작품을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작가의 운명인데, 어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기존의 발견을 전복하고자 하는 창작 행위를 수행한다는 지론을 폈다. 즉, 오이디푸스가 그랬듯이 텍스트의 목소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위해 혹은 반대의 목소리를 향해 해체되거나 전복될 가능성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또 “현상의 외면만을 살피거나 삶의 본질적 차이와 모순을 은폐하거나 미화하는 작품은 대중적인 인기 영합은 될지라도 좋은 문학이 아니다. 오히려 삶과 세상의 모순과 불의 속에서 그에 맞서 대립하며 분노하여 그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진정한 문학”이라고 역설하였다.
이어 그는 “어둠 속에서 좌절하지 않으면서 이 세상과 인간에게 참된 빛을 가져오기를 갈구하는 힘을 보여주는 데서 문학의 위대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고 “결국 오이디푸스가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헤매던 길은 바로 우리네 인생길이자 문학의 길이며, 은폐된 것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작가는 조금씩 삶의 운명과 세상의 운명을 해독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하였다.
허 교수는 마지막으로 “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눈을 선물해주었다. 하나는 눈앞의 현상을 보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통찰력을 갖고 현상 너머의 실제를 보는 눈. 그 두 개의 눈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라야만 진정한 작가”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문학의 기능과 역할, 문학인의 자세, 문학의 운명과 미래, 삶과 인간을 생각하는 문학에 대해 강의한 이날 강의에는 문학인이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시민, 독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더욱 큰 호응을 얻었다. /서종숙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