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만난 어르신 한 분에게 담배 농사 짓던 이야길 전해 듣는다.
“토악질이 나고 어지러바서 못 전디겠더라 카이끄네. 낮에 멀쩡히 잎사구 따고 엮고 저녁 잘 차리 묵꼬 잘라꼬 눕았는데 갑재기 담배 멀미가 나가 죽을 고생을 했다 아이가. 우리 영감은 담배를 마이 피아가 그런가 똑같이 밭 일 해도 담배 멀미 거튼 거 안 하대. 희안채.” 울렁거리는 속을 비우려고 문지방을 넘다가 그대로 엎어진 적도 있었단다. 담배 멀미 때문에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을 다녀온 이튿날도 밭에 나가 담배 잎을 땄단다. 지난한 이야길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자그마한 어르신이 오래 보존되어야 할 문화재처럼 위대해 보인다.
도시에 사는 누군가는 잎이 커다란 담배 밭을 지나며 배추농사가 잘 되었다고 했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건 담배가 어렸을 때 보아서 하는 말이다. 담배는 키도 잎도 큰 식물이다. 한 여름, 사람 키만 한 담배 고랑에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힌단다. 습기와 더위를 참으며 담배 잎을 따면 잎 끝에서 진액이 흘러내려 손이나 옷에 묻어서는 아무리 빡빡 문질러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단다. 독한 니코틴 냄새를 맡으며 오래 일을 하니 매스꺼움과 어지럼증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지방에선 담배 멀미 한 두 번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옛날엔 집집마다 담배농사를 지었단다. 대부분의 농가가 담배 농사를 접은 이유도 담배 멀미 때문이라니 얼마나 지독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요즘은 몇 남은 담배 농가마저 품 구하기가 어려워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쓴단다. 다른 농사에 비해 곱절의 품값을 주어야 한다니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제 곧 담배마저 국산은 사라질지 모르겠다.
“담배 농사 안 지마 죽는 줄 알고 죽자 사자 했디만도, 인자 마 담배 농사 안 지도 안 죽데. 그란 줄 모리고 여태까지 안 했나. 해도 표 안 나고 안 해도 표도 안 나는데 뭐 할라꼬 담배 멀미까정 해 가민서 그러침 쌔가 빠지게 했는동 몰따.”
담배 농사 안 지어도 사는 세상이 되어 좋다는 어르신의 주름진 얼굴이 어린아이처럼 환하다.
/박월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