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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서 더 매력적인 승부역 가는 길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2-06-26 18:03 게재일 2022-06-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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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역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툭툭 불거진 바윗돌에 부딪혀 물길은 휘돌아 가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에 철길과 물길이 공존하며 나란히 함께 간다. 협곡과 오지의 깊은 골에 숨어 있는 봉화 승부역.

낯선 세상과 만남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세상으로 숨어 들어가기 위함이 아닐까? 느리게 걸을수록 아름다운 곳, 소박한 풍경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삶의 향기를 만나기 위해 승부역 가는 길을 찾는다.


봉화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3개 기차역을 보유하고 있다. 차로 갈 수 없는 오지와 협곡이 많아 기차역이 많다. 봉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기차역인 석포에서 승부역까지는 자동차나 기차로 갈 수도 있으나 오지 여행은 걷는 것이 제격이다.


이 길은 외길이어서 이정표나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이 갈 수 있으며, 도보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석포를 벗어나 걷다 보면 폭포 가는 길이 나오고 결둔 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문헌에 따르면 승부마을은 옛날 전쟁이 났을 때 이 마을에서 승부가 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결둔마을도 군이 주둔한 마을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삼국시대 군사 요충지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좌측으로는 기찻길이 있고, 우측으로는 사람이 다니는 길, 중앙에는 물길이 승부역까지 계속 이어져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 돌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 운이 좋으면 협곡을 달리는 기차도 길동무가 되어 준다.


흐르는 물소리와 자연 속에서 길은 삶의 발자취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다. 걷는 내내 고즈넉한 분위기에 절로 빠져든다. 민가나 주민이 많지 않고 내륙 깊숙한 지역에 높은 산이 에워싸고 있어 왕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길과 강줄기 그리고 기찻길이 숨바꼭질 하듯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사이좋게 나란히 가고, 산골짜기에 누운 바위는 금세 일어나 뚜벅뚜벅 일어날 것만 같다.


승부마을의 들판은 세속의 시간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그 모습을 덤덤하게 드러내고,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유월 햇살은 따갑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은 더없이 시원하다.


조용한 마을을 뒤로하고 주황색 현수교를 건너 승부역 앞에 도착하면 여행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도 꽃밭도 세 평인 승부역이 환하게 다가오고, 사방으로 꽉 막힌 협곡은 색다른 매력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승부역 뒤편에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있다. 태백 지역 지하자원을 운송하기 위해 1949년 공사를 시작해 1955년에 완공했다. 백두대간 협곡을 통과하고 험준한 산을 통과해야 하는 힘든 공사였다.


문화부는 2011년 ‘승부역 가는 길’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했고, 이곳이 오지 여행 성지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환상선 눈꽃열차와 백두대간 협곡열차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척박한 세상의 일들이 어쩌면 이곳에서는 산새 소리처럼 가볍게 날아 흘러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지의 고요함이 주는 사색과 아련한 삶의 체취가 느껴지는 소박한 풍경이 매력적인 곳 바로 승부역 가는 길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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