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와 개양귀비는 모두 슬픈 설화를 가지고 있다. 아편이나 앵속이라 불리기도 하는 양귀비는 사람을 현혹하는 꽃이다. 당 현종이 자신의 며느리인 양옥환을 사랑해 비로 맞으면서 비극적인 양귀비는 탄생한다. 양귀비의 미색에 빠져 나라를 망친 현종은 안사의 난을 피해 도망가다 아리따운 양귀비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개양귀비 역시 항우의 애첩인 우미인의 사연을 담은 꽃이다. 항우가 유방의 군대에 포위되자 술자리에 함께 있던 우미인은 항우가 읊는 해하가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뒤 자결한다. 후일 그녀의 무덤가에 핀 꽃을 중국에선 우미인초라 불렀다.
우미인초란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개양귀비는 유럽이 원산이다. 그러고 보면 우미인초는 우리 산야에 흔히 피는 두메양귀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떻든 붉은 개양귀비를 보면 클로드 모네의 작품 양귀비 들판이 떠오른다. 양산을 눕혀 든 여인과 양귀비꽃을 든 아이, 춤추는 듯한 나무와 붉은 꽃에서 기쁨에 들뜬 모네가 연상된다. 그가 사랑했던 아내 카미유와 아들 장이 양귀비 꽃 속에서 한없이 평화롭다. 아르장퇴유 언덕에 머무는 가족의 단란함은 양귀비꽃으로 연유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림이다. 붉은 개양귀비 꽃의 꽃말은 위안과 위로라고 한다. 개양귀비 핀 둔덕을 누구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돌아오는 주말 주왕산 관광단지에 핀 개양귀비 꽃을 보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관광단지 내에는 수석 꽃돌 박물관과 청송 백자 체험 전시관, 그리고 청송 백자를 일본에 전승시킨 심수관 도예전시관이 있어 한 바퀴 둘러보는 재미도 만만찮다. 그곳 한옥 민예촌이나 인접한 소노벨 청송에서 1박을 한다면 일몰 무렵 개양귀비의 요염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박월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