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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오지마을 봉화 관창리를 가다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2-06-12 19:51 게재일 2022-06-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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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런 관창폭포의 절경.
‘봉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오지’라고 말들 한다. 물론 옛날 같은 오지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30여 개의 봉우리와 수려한 산세를 가진 청량산과 발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앞마당 삼아 담담하게 오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곳 관창리.

관창리는 만리산(792m) 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화전민이 이주하여 살기 시작한 마을이다. 오염과는 거리가 먼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 병풍처럼 펼쳐진 청량산과 문명산이 강줄기와 어울린 전경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이곳에는 숨은 듯 시원한 물줄기 떨어지는 관창폭포가 있으며, 만리산 정상 부근에 신생대 화산으로 생긴 늘못과 향적사라는 사찰이 있다.


강줄기에서 폭포와 관창리, 오지마을, 그리고 늘못, 향적사를 이은 ‘만리산 촌로’(20km)라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트래킹을 하거나 자동차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도록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


봉화군 명호면 소재지에서 안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관창2교가 나오고 계곡 길 따라 관창폭포 주차장에 주차하면, 계곡을 낀 완만한 경사로 산책하듯 오솔길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폭포 가는 길이다.


한낮인데도 짙어지는 산그늘 아래 폭포 가는 길은 산새 소리가 뒤따라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길동무 삼아 호젓하게 걷다 보면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테크길이 폭포로 안내한다. 관창폭포라 쓰인 표지석 뒷면에는 퇴계 선생의 네 수의 시가 새겨져 있다.

 


높고 큰 벼랑을 그 언제 깎았던고


성난 듯 쏟아지는 천길 비단 폭이 걸렸구나.


진동 소리 산을 울려 산도깨비 다 달아나니


오롯한 한 폭 경치가 신선의 세계로구나.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시원한 폭포수, 거대한 암석 사이를 수천 년 갈고 닦으며 쏟아지는 물줄기는 장쾌하게 산을 흔들고 있다. 병풍처럼 두른 기암괴석과 우렁우렁 쏟아지는 물길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가뭄으로 수량이 줄어 위용은 덜하지만 태곳적 자연 계곡과 소의 물빛은 멋을 더하며 퇴계 선생의 시처럼 신선의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폭포에서 나와 늘못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신생대 화산 폭발로 인해 생긴 연못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도 힘들어한다. 쉽사리 찾아가기 힘든 자연, 높은 곳으로 고갯길을 굽이굽이 돌기를 수차례. 여기저기 듬성듬성 흩어진 집들이 보인다.


길은 산허리 이리저리 굽이친다. 잠시 쉬어가도 좋을 확 트인 시야에는 청량산과 문명산 봉우리가 파도처럼 이어진다. 만리산이란 지명은 정상에서 만 리가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하늘 아래 조용히 앉은 산의 능선들이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다시 산허리를 돌고 오르면 만리산 정상부 늘못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고 오른 터라 정상에서 보는 늘못은 더없이 반갑다.


이 늘못엔 이무기가 살았으며, 인근에 매어둔 황소를 잡아먹고 고삐만 물에 떠다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늘못에서 지척인 작은 사찰 향적사는 요란하지 않게 부처님을 전하는 사찰이라는 뜻으로 법당 창건을 위해 기둥을 세우고 상량을 하려는데, 부처님이 나타나 “천년 앞을 보아야 하는데, 그 기둥으로 지탱하겠느냐”는 말을 들려줘 공사를 중단했었다는 일화가 있다.


대자연의 숨결이 살아있고 관창리 사람들의 삶이 어우러진 만리산 촌로 길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겸손을 담는다.


산이 에워싸고 강물이 가로막아 아무나 갈 수 없는 오지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봉화. 만리산 관창리는 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이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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