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솔선수범 경산 이종우·조호순 부부<br/> 한쪽 팔 잃은 장애우 40여년 간 한결같이 <br/> 외출 도우미·편의제공 등 대가없이 돌봐<br/> 부인 조씨는 ‘훌륭한 고부상’ 수상하기도
우리 영토 곳곳이 황홀한 꽃으로 피어나는 4월. 향기로운 꽃향기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 지난주엔 계절도 시간도 가리지 않는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
향기의 주인공은 경산시 갑제동에 거주하는 이종우(80세·남), 조호순(75·여) 부부다.
조호순 씨는 성당 오빠 이종우 씨를 만나 1968년 12월 30일 결혼했다. 이후 2남1녀의 자녀를 키우면서, 가톨릭의 가르침인 사랑과 나눔, 그리고 배려를 몸소 실천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장애2급 신모(83)씨를 만나게 되었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고 의지할 가족이 없어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가기에 너무나 힘들었던 신씨는 그동안의 삶을 담담히 이야기해줬다
그는 “어릴 때 사고로 팔 하나를 잃었어요 제가 거리에 나가면 돌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고 외팔이라는 놀림도 많이 당했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였어요. 그때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 세월 참 좋아졌지요”라며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조금은 나아진 한국의 복지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정부 지원도 받고, 복지사가 찾아와 생활 지원도 해주고 있잖아요. 하지만 30~40년 전엔 그런 게 없었습니다.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한두 번이었겠습니까? 모진 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죽으려 했지만 쉽게 죽어지지도 않더라구요”라며 말을 이어가던 신씨.
그는 너무나 힘겹고 어려웠던 어느 순간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지게 되었고, 삶의 희망을 준 이종우 씨 부부를 만났다.
“그분들이 아니면 제가 어찌 살아왔을까요”라며 옛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한쪽 팔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신씨를 도와온 이종우-조호순 부부에게 나눔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들에겐 일상이 나눔이고, 생활이 바로 사랑의 실천이었다.
특별한 음식을 하게 되면 항상 두 집 몫을 준비하는 것이 생활화되었고, 외출 도우미 역할도, 일상생활 편의 제공도 대가 없이 해야 하는 두 부부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부부는 항상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40년 넘게 그런 어려운 일을 하면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그분은 이미 우리에게 가족입니다. 더구나 가톨릭의 가르침 중에서 사랑과 나눔은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두 팔이 있어도 힘들 때가 많은데 한 쪽 팔로 살아가기에 얼마나 불편함이 많겠습니까. 게으름 부리지 않고 한번만 더 돌아보고 도와주면 100% 만족하지 못할지라도 불편한 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 이종우-조호순 부부는 “물질적으로 베풀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의지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불편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겸손해했다.
40년 동안 이씨 부부와 신씨는 가족처럼 잘 지내왔고, 앞으로도 늙고 병들어 움직일 수 없다면 몰라도, 그 시간이 올 때까지는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봉사자로 부끄러움 없이 모범적인 사랑을 실천해온 조호순 씨의 선행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조씨는 극진한 효심으로 시부모님을 봉양하였고, 마을의 크고 작은 일과 이웃의 힘겨운 일에 앞장서 도움을 주는 ‘갑제동의 자랑’으로 불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에는 ‘훌륭한 고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본인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두 분은 취재를 위해 찾아가자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몰라야 한다”며 자신들의 사연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았다. 그 바람에 삼고초려의 공을 들이고서야 겨우 만남을 허락받을 수 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 꽃이 피어나듯 사랑의 꽃을 피워낸 경산의 노부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특별히 단체에 가입하거나 지원을 받아서가 아닌 스스로 힘든 이웃을 살피며 평생을 살아온 이종우-조호순 부부.
그들 부부가 피워낸 사람의 향기가 경산을 넘어 더 넓은 세상 속으로 퍼져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민향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