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산재사고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업인 처벌법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산재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조선·철강·화학·건설업종 CEO들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근무해야 한다. 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도를 가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CEO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최근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가진 중대재해법 설명회에서도 형사처벌 범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사망재해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건설업계와 금형·주물업 등 뿌리산업 경영진들의 걱정이 컸다고 한다. 정부가 최근 지방자치단체장과 공공기관장도 이 법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응책으로 경북도에서는 지난 연말 중대재해 안전협의체를 출범시켰고, 포항시도 지난 12일 중대재해예방TF를 꾸렸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예방이 목적이니만큼 경영자 처벌이 남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처벌이 능사가 될 수 없다. 공장과 건설현장의 업무관행과 안전문화에 대한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유지하더라도 개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예방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중대재해가 발생해 경영진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기업들이 많다. 무거운 처벌보다는 기업이 안전시스템 점검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는 중대재해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