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전격 결정한 것은 연료비 급등과 탈원전·탈석탄 여파로 한전의 올해 적자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들어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2·3분기에도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요금을 동결했다가 한전의 실적 부담이 커지자 4분기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의 누적부채는 지난해 132조4천753억원에서 올해 142조1천354억원으로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전기요금 인상이 도시가스 등 다른 공공요금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 정부의 물가관리가 한계상황에 놓일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제조원가에서 전기료 비중이 15%에 이르는 뿌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현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조8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한전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싼 원전 가동을 줄이고 비싼 석탄과 LNG를 늘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진행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원자력 이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전은 적자의 원인을 외부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한전은 흑자가 나면 어김없이 임직원들의 연봉을 올리기에 바빴다. 회사의 실적 악화에도 지난해 한전 사장은 1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챙겼다. 전기료 인상을 시작으로 국민이 인플레이션 걱정까지 하게 된 것은 정부와 한전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