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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등록일 2019-04-17 18:55 게재일 2019-04-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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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과학과 공학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정말 그런 걸까? 최근 블랙홀 사진을 관측했다는 뉴스가 연일 화제가 되었다.

이게 뭐 대단한 뉴스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간단히 말해 블랙홀은 어마어마한 중력을 가지고 있어서 빛마저 빠져 나올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할 때 물체가 방출하는 빛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빛을 비롯한 모든 파동을 삼켜 버리는 블랙홀 그야말로 방출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흡수하는 것만 있는 블랙홀을 촬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포기하지 않고, 공학은 무너지는 과학을 세워 앉힌다. 하여 과학과 공학은 해결해내고야 만다.

처음 블랙홀을 생각해낸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으며, 그의 유명한 논문인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이를 처음 언급했다. 아인슈타인이 생각하기에 시공간은 일종의 천으로, 네 귀퉁이에서 천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놓은 생태가 곧 시공간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 팽팽하게 당겨진 천 위에 탁구공을 올려놓으면 천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볼링공을 올려놓으면 천은 볼링공의 무게 때문에 움푹 패일 것이다. 이 둥글게 패인 자국이 중력이다.

볼링공이 놓여 있는 곳 위에 구슬을 놓으면, 구슬은 움푹 패인 지점을 향해 빙글빙글 돌 것이다. 이러한 볼링공에 해당하는 것이 태양이며, 구슬에 해당하는 것이 태양계의 행성이다. 즉 중력이란 시공간의 일그러짐이고 그 일그러짐으로 인해 형성되는 것이 중력인 것이다. 그런데 볼링공보다 더 무거운 것을 천 위에 올려 놓는다면, 천이 도저히 지탱할 수 없을 정도의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으면 천은 찢어지고 말 것이다.

바로 천의 찢어진 틈, 시간도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틈, 이것을 생각해낸 아인슈타인조차 그런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부정해버린 이것, 블랙홀. 이것을 촬영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과학은 당당히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라고 말이다. 글쎄 그럴까? 과학도 포기해버린 것이 있다. 하나는 금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이나 바람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는 영구기관의 꿈이다.

△연금술

연금술은 고대 중국, 고대 그리스와 이슬람 문화권, 중세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 전 시대를 망라한 인간의 오랜 꿈이다. 이것은 납이나 구리와 같이 값이 싸고 흔한 금속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금이나 귀금속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연금술이 성공한다면 막대한 돈을 들여 금을 캐지 않더라도 엄청난 돈 방석에 앉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비법이 알려지면 너도 나도 금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하니 금값이 폭락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연금술사들은 자신의 연구내용을 숨기곤 했다.

연금술사들이 중요하게 여긴 물질은 수은이었다. 왜냐하면 수은은 광석에서 금을 추출할 때 사용될 뿐만 아니라 다른 금속을 녹여서 아말감을 만들 때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수은을 이용하면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은 수은의 위험성을 잘 몰랐기에 수은을 조심성 없이 다루었다. 그래서 수은 중독에 걸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은 중독조차도 연금술적인 변성의 과정으로 여기는 사람조차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도 이런 연금술에 뛰어든 사람 중 하나였다. 뉴턴은 위대한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괴팍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뉴턴은 로버트 훅에게 잔인할 정도로 모질게 굴었다. 왜냐하면 훅은 탄성력을 연구하여 ‘훅 법칙’을 만들었으며, 태엽 시계를 발명하기도 했다. 훅은 존경받는 과학자였으며, 영국 왕립협회의 창립 회원으로 초대 실험 주임을 역임했다. 뉴턴보다 먼저 중력의 기본법칙을 발견한 것이 훅이기도 하다.

이런 훅을 미워한 뉴턴은 영국 왕립협회의 회장이 된 뒤 훅의 초상화를 떼어버렸다. 뉴턴의 저명한 어록 중 하나는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뉴턴의 겸손함을 드러내는 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뉴턴의 것이 아니라 당대에 널리 떠돌던 말이었는데, 뉴턴이 훅에게 보낸 편지 속에 등장한다. 뉴턴은 등이 굽은 훅을 조롱하기 위해 이 말을 비유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뉴턴은 미적분을 발명한 라이프니츠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기뻐했으며, 천문학자 플램스티드와의 논쟁에서 지자 다양한 방법으로 복수했다고 한다. 이런 뉴턴의 괴팍한 성격은 연금술에서 사용하는 수은에 중독 됐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지금은 연금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금은 원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화학 반응을 통해 만들어낼 수는 없다. 즉 금은 빅뱅과 같은 현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이것은 인간의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무지해 보이고 무모했던 과학자들 덕분에 화학 지식이 축적되었다. 그리하여 황산, 왕수, 인산, 질산과 같은 물질이 발견되었으며 플라스크, 증류기, 스포이드와 같은 화학 기구가 만들어졌다. 연금술사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꿈은 화학을 낳았고, 화학은 이 꿈을 완전히 폐기하지는 않았다.

△영구기관

영구기관은 외부에서 한번 에너지를 주입하면 계속 일을 하는 가상의 장치다. 쉽게 말하자면 한번 힘을 주어 바퀴를 돌리면 영원히 돌아가는 기관이다. 이런 것이 가능할까? 12세기 인도의 천문학자인 바스카라(1114∼1185)는 부메랑 모양의 바퀴를 고안했으며, 15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역시 영구기관에 대해 깊이 고민한 바 있고, 16세기에는 아르키메데스의 나선 펌프를 응용하여 영구기관을 만들려고 했다.

19세기에 줄(1818~1889), 헬름홀츠(1821~1894), 마이어(1814~1878) 등에 의해 열역학 법칙이 정립되면서 영구기관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열역학 제1법칙은 어떤 물체가 가진 에너지는 그 형태를 달리할 수 있으나, 에너지의 양은 없어지거나 생성되지 않고 그 양은 언제나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바꿔 말하면 에너지를 주면 준만큼의 에너지가 생긴다는 말이다.

자동차의 엔진은 휘발유나 경유를 연소시켜 생긴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꾼다. 그런데 ‘에너지의 양이 언제나 일정하다’면 왜 자동차마다 연비가 다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연소된 에너지가 전부 운동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환과정에서 열·소리·진동 등의 형태로 바뀌면서 일부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현재의 공학기술로는 연소된 에너지를 모두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없다. 다시 말해 주입한 에너지만큼조차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완전히 바꾸지 못하는 현실이다. 효율 100%도 달성하지 못하는 실정인데, 주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산출하는 영구기관을 만드는 것은 어림도 없다. 열역학 법칙은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을 보편화한 것이다. 영구기관은 이러한 열역학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그런데도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공강일 서울대 강사·국문학

유럽의 특허청은 영구기관과 관련된 무수한 특허신청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참다못한 프랑스 특허청은 1775년 영구기관과 관련한 특허신청을 아예 받지 않겠다고 못 박았고, 미국은 영구기관에 한해서 신청서뿐만 아니라 작동 가능한 발명품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워낙 불가능한 일인데다 사람들을 현혹시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이런 특허신청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영구기관은 인간의 꿈이다. 이런 기계가 있다면 인간은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야말로 낙원이 열리게 된다. 이미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추방시킨 이력이 있는 신이 이런 기계를 인간에게 허락할 리 없다.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었던 저 태초의 어느 날부터 신을 거역해 왔다. 그런데 과학의 역사에서 보편적이라 굳건히 믿어온 법칙이 사실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는 것을 보곤 했다. 그런 이유로 영구기관에 대한 꿈을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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